2026.02.02 07:12 AM

농촌에서 커지는 AI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

By 전재희

미국 전역의 농촌 지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력요금 인상, 지역 일자리 감소,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민들이 대형 기술기업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직접 막아서거나 지연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미시간 농촌, 10억달러 데이터센터 계획 무산

WSJ에 따르면, 미시간주 하웰 타운십은 보수 성향의 농업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기업 친화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 약 1,000에이커의 농지를 AI 모델 훈련용 대규모 데이터센터 부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 제안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 프로젝트는 페이스북 모회사인 Meta Platforms가 사용하는 시설로, 투자 규모만 최대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메타 데이터센터
(유타주에 있는 메타 데이터 센터.블룸버그)

지역 주민들의 조직적인 반대 속에서 타운십 계획위원회와 카운티 계획위원회는 개발안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타운십이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도입하자 개발업체는 결국 신청을 철회했다.

반대 운동을 주도한 지역 활동가 브리앤 그린(Breanne Green)은 "공화당 지역이라면 당연히 기업과 규제 완화를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국으로 번지는 반발, 1천억달러 투자 차질

이 같은 갈등은 미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관련 분쟁을 추적하는 리서치 기관 데이터센터 워치(Data Center Watch)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동안 주민 반발로 전국에서 약 20개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지연됐으며, 해당 투자 규모는 총 1천억달러에 육박한다.

논란의 중심에는 메타뿐 아니라 Amazon.com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있다. 인디애나에서 오클라호마에 이르기까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유사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AI 전략과 보수 진영 내부 균열

AI 산업 육성을 강조해온 Donald Trump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달리,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와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 등은 연방 정부가 주 정부의 AI 규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가족연구소(Institute for Family Studies)의 선임연구원 마이클 토스카노(Michael Toscano)는 "트럼프 연합 내부에서 근본적인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며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MAGA 성향 유권자들이 실리콘밸리를 위해 희생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전력망 부담이 최대 쟁점

주민 반대의 핵심은 전력 문제다. 미주리주 공화당 상원의원 조시 홀리(Josh Hawley)는 "실리콘밸리 데이터센터가 농촌 미주리의 전력을 대거 흡수하면서 주민들이 순환 정전을 겪고 있다"며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와 일부 주지사들은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기관에 긴급 대응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을 자체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Microsoft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OpenAI도 유사한 약속을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부회장 겸 사장인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는 "특히 지역 차원에서 납세자가 비용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빅테크의 해명과 지역사회의 불신

메타 측은 전력회사와 협력해 에너지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도로와 전력망 같은 인프라와 지역 비영리단체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는 유타주 등 여러 주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며,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초대형 신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시간주 살린 타운십에서는 Oracle와 오픈AI가 연계된 약 70억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계획이 추진 중인데, 이 시설은 최대 7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의 전기를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선거 이슈로 번지는 데이터센터 논란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문제는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버지니아와 뉴저지 등 일부 주에서는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오클라호마주 출신 전 민주당 하원의원이자 '책임 있는 혁신을 위한 미국인들(Americans for Responsible Innovation)' 대표인 브래드 카슨(Brad Carson)은 "이는 모든 계층과 모든 정당을 가로지르는 반발"이라며 "미국 사회를 나누는 다른 이슈들과 달리 이 문제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자치와 기술 혁신의 충돌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제안했지만, 민주당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기술 혁신에 반대하는 인상을 주거나 정치 후원 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웰 타운십 주민 로런 프리벤다(Lauren Prebenda)는 "이 문제는 사람들이 더 이상 쉽게 갈라지지 않는 드문 사안"이라며 "2026년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단순한 지역 개발 논쟁을 넘어, 기술 혁신과 지역 자치, 그리고 정치적 연합의 균열을 동시에 시험하는 전국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