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4 07:09 AM
By 전재희
오픈AI(OpenAI)와의 협력에 의존해 AI 전략을 전개해 온 Microsoft가 챗봇 경쟁에서 뒤처지며 추격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 데이터는 회사의 대표 AI 제품인 코파일럿(Copilot)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점차 입지를 잃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AI 전략의 중심에 선 코파일럿
WSJ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은 오픈AI와의 밀접한 파트너십이 약화되는 가운데, 회사의 인공지능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챗GPT(ChatGPT)의 대안으로 키우려는 시도는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현직 및 전직 직원들에 따르면, 혼란스러운 브랜드 포지셔닝과 제품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문제로 사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사용자 가운데 실제로 코파일럿을 사용하는 비율은 소수에 그치며, 최근 몇 달 사이 구글(Google)의 제미니(Gemini)나 다른 AI 도구보다 코파일럿을 선호하는 비율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파일럿은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마이크로소프트를 'AI 퍼스트(AI-first)'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의 핵심 축이다. 이는 약 10년 전 클라우드 퍼스트(cloud-first) 전략으로 회사를 재편했던 것과 유사한 시도다. 내부적으로도 코파일럿은 나델라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실적 발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하락했다. 핵심 사업부인 애저(Azure)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 둔화 우려와 함께, AI 사업이 여전히 오픈AI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코파일럿의 경쟁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기업용, 개발자 및 IT 담당자용, 일반 소비자용 등 여러 버전의 코파일럿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365 생산성 도구에 탑재된 기업용 코파일럿 좌석(seat)을 1,500만 개 판매했다고 밝혔으며,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억5,000만 명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리콘 애널리틱스(Recon Analytics)가 미국 내 15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코파일럿을 주된 AI 도구로 사용하는 구독자 비율은 18.8%에서 11.5%로 감소했다. 반면 구글의 제미니를 1순위로 선택한 유료 사용자 비중은 같은 기간 12.8%에서 15.7%로 늘었다.
코파일럿에서 다른 도구로 옮긴 사용자들은 더 나은 품질과 사용 경험을 이유로 들었다. 일부는 코파일럿의 제한적인 사용 한도와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문제로 지적했다. 복수의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근로자들은 코파일럿보다 챗GPT나 제미니를 더 자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 리서치(Citi Research)는 일부 기업이 구매한 코파일럿 좌석의 약 10%만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데이터 사일로(data silos)가 주요 장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량이 전년 대비 10배 증가했다고 반박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여러 버전의 코파일럿 간 일관된 사용자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티아 나델라는 과거 기업용 코파일럿이 웹 브라우저에서 기대한 작업을 수행하지 못한 사례를 직접 지적한 바 있다. 해당 문제는 해결됐지만, 유사한 상호운용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또한 소비자용 AI를 총괄하는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 팀과 기업용 AI 팀 간의 조직적 분절 역시 통합된 비전을 구현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Anthropic이 공개한 새로운 AI 제품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는 365 애플리케이션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이는 코파일럿 사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해 온 부분과 맞닿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AI 모델 개발도 병행하고 있으나, 컴퓨팅 자원 부족으로 훈련에 제약을 받아왔다. 회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코파일럿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연산 자원을 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아직 그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부적으로는 코파일럿 사용 확대에 성과를 내고 있다. 사내 영업 조직에서의 사용률은 1년 새 약 20%에서 70% 이상으로 높아졌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AI 활용을 성과 평가에 반영하고, AI 도구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 확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코파일럿이 진정한 핵심 제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비자와 기업 고객이 이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에만 코파일럿 TV 광고에 약 6,000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올해 슈퍼볼(Super Bowl) 중에도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다.
AI 시대의 승부수로 내세운 코파일럿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