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5 06:59 AM

트럼프 행정부, 연방 고위 공무원 5만 명 해임 문턱 낮춘다

By 전재희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 내 고위급 경력 공무원 약 5만 명에 대해 징계 및 해임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연방 공무원의 오랜 고용 보호 체계를 약화시키는 대대적인 제도 개편으로 평가된다.

WSJ에 따르면, 미 인사관리처(OPM)는 행정부 정책 집행을 담당하는 고위 경력직 공무원을 새로운 고용 범주로 분류하는 최종 규칙을 이번 주 목요일 발표할 계획이다. 해당 범주에 포함되는 공무원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강력한 신분 보장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경력직 보호 약화, 항소권 박탈

기존 제도하에서 정치 임명직은 대통령 재량에 따라 해임될 수 있는 반면, 경력직 공무원은 독립기구에 해임·정직·징계 처분을 항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 왔다. 그러나 새 규정이 적용되는 공무원은 이러한 항소 절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연방정부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을 감축하려는 광범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이른바 '딥 스테이트'가 자신의 정책을 방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밝혀왔으며, 이에 따라 각 부처에서 프로그램 폐지, 대규모 인력 감축, 자발적 퇴직 유도 등이 진행돼 왔다.

"양심적 거부가 사보타주가 될 수는 없다"

OPM은 새 규정이 대통령 정책을 방해하는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해당 범주는 정책 결정, 정책 수립, 정책 옹호 성격의 직무를 수행하는 고위직에 적용된다.

Scott Kupor OPM 국장은 "공무원이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조직의 임무 수행을 방해할 수는 없다"며 "그것이 사보타주나 정책 저지로 이어질 경우 용인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시민단체 "정치적 숙청 우려"

연방 공무원 노조들은 이번 규정이 정치적 성향이 다른 공무원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노조 관계자들은 행정부가 해당 범주를 점차 확대해 더 많은 공무원을 포함시킬 가능성도 제기했다.

OPM은 정치 성향이나 투표 이력에 따른 징계는 없을 것이며, 내부고발자 보호 규정도 준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영향 대상인 5만 명은 전체 연방 민간 공무원 약 230만 명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19세기 개혁의 후퇴 논란

연방 공무원 제도는 19세기 말, 정권 교체 때마다 공직을 나눠 갖던 '엽관제'를 폐지하고 전문적이고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된 관료제를 확립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역사적 개혁을 되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행정부는 규정 발표 후 30일 이내에 적용 대상 직위를 확정할 계획이며, 이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해당 직위를 공식 지정할 예정이다. 이번 규정은 트럼프 대통령 2기 첫날 서명한 '능력 기반 공직 서비스'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말에도 유사한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소송으로 번지는 제도 개편

정부감시단체와 전·현직 연방 공무원 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1978년 제정된 공무원 보호법을 위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법은 정치 임명직을 제외한 경력직 공무원에 대한 '임의 해임'을 제한하고 있다.

전직 연방 공무원 코치 러브 러틀리지는 "이번 규정은 정책 검토 과정에서 신중함을 요구하는 공무원의 역할을 위축시키고, 내부 비판과 이견을 억누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