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5 07:16 AM
By 전재희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SpaceX)가 연내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주요 주가지수에 조기 편입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단독 보도했다.
상장 직후부터 유동성을 확보해 주가 안정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WSJ가 보도한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자문진은 최근 나스닥(Nasdaq)를 포함한 주요 지수 산출 기관들과 접촉해, 스페이스X를 비롯한 유망 신생 기업들이 통상적인 대기 기간보다 더 이른 시점에 핵심 지수에 편입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상장 이후 수개월에서 1년가량이 지나야 S&P 500이나 나스닥100과 같은 주요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주식이 대규모 인덱스 자금 유입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안정성과 유동성을 갖췄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이러한 기존 규칙을 우회해 상장 직후부터 기관·개인 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수 편입은 인덱스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패시브 자금의 자동 유입을 유도해, 주식 거래량과 가격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페이스X는 최근 xAI와의 합병을 마쳤으며, 마지막 비공개 거래에서 기업가치가 약 8,000억 달러로 평가됐다. 회사 측은 IPO를 통해 기업가치 1조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이 될 전망이다.
투자은행가들 사이에서는 스페이스X를 비롯해 오픈 AI와 앤트로픽 등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을 추진하면서 올해 IPO 시장이 활기를 띨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우려는 초기 거래 성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통상 6개월간 적용되는 '락업(lockup)' 기간이 끝난 뒤, 초기 투자자와 임직원들이 보유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2012년 메타(당시 페이스북) 상장 당시에도 락업 해제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전례가 있다. 스페이스X는 조기 지수 편입을 통해 수요 기반을 넓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논의는 스페이스X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 차원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나스닥은 나스닥100 지수 산정 방식 개편안을 공개하고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개편안에는 '패스트 엔트리(fast entry)' 절차가 포함돼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나스닥100 구성 종목 상위 40위 안에 드는 기업은 상장 후 15거래일 만에 지수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재 기준으로는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 모두 해당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부 지수에는 이미 조기 편입 제도가 존재한다. S&P 토털 마켓 지수나 MSCI 지수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빠른 편입이 가능하다. 스페이스X 자문진 역시 이러한 옵션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장 영향력이 큰 지수 중 하나인 S&P 500에는 아직 조기 편입 제도가 없다. S&P500 편입을 위해서는 미국 기업일 것, 흑자를 기록할 것, 최소 227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을 갖출 것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조기 지수 편입을 지지하는 측은, 개인 투자자들이 비상장 단계에서의 고수익 기회를 놓쳐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규 상장 기업이 빠르게 지수에 편입될 경우, 개인 투자자들도 ETF나 인덱스 펀드를 통해 보다 이른 시점에 성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상장 초기 변동성이 큰 기업을 지수에 성급히 포함시키는 것이 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스페이스X의 시도가 향후 글로벌 지수 산정 기준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