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6 07:13 AM
By 전재희
한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한발 뒤처진 주자로 여겨졌던 Anthropic이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경쟁사들을 제치고 전면에 등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법률 서비스까지 수행하는 산업별 애드온과 초고도화 모델을 잇달아 공개한 것이 방아쇠가 되면서, 소프트웨어·법률·금융 데이터·부동산 관련 주식 전반에 걸친 연쇄 매도가 촉발됐다.
앤트로픽의 핵심 제품 'Claude'에 추가된 산업 특화 기능은 단순한 업그레이드를 넘어 기존 소프트웨어 서비스형(SaaS) 기업들의 존립을 위협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법률 업무를 수행하는 애드온 공개 이후 수일간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매도세가 이어졌고, 이어진 슈퍼볼 광고에서는 경쟁사 OpenAI를 정면으로 도발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주 후반에는 데이터와 분석을 종합하고, 여러 코딩 어시스턴트 팀을 동시에 운영하며 사실상 '제품 관리'에 가까운 기능까지 수행하는 최신 모델을 공개했다. 이에 세일즈포스, 인튜이트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다시 하락했다.
AI 업계에서는 이번 주를 전환점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혁신재단(FAI)의 딘 볼 연구원은 "이번 앤트로픽 모델의 확산은 챗GPT 출시 이후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며 "AI가 기업 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현실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워크데이, 먼데이닷컴, 어도비 등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수년간 기업 운영의 디지털 기반 역할을 해왔지만, 앤트로픽의 자율형 '에이전트' 모델은 이런 기능을 통째로 대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앤트로픽은 2021년 전 구글 연구원이자 오픈AI 출신인 Dario Amodei가 공동 창업했다. 그는 샘 올트먼과의 갈등 끝에 오픈AI를 떠났고, 이후 '안전한 AI'를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이 전략 때문에 2022년 공개 출시를 미루며 초기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앤트로픽은 인간 피드백 대신 AI가 AI를 평가하도록 하는 'AI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 기법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이는 편향을 줄이고 모델 개선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고, 최근의 기술적 도약으로 이어졌다.
초기부터 기업 고객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집중한 전략도 성과를 냈다. 비용관리 스타트업 램프(Ramp)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업용 API 지출의 약 80%가 앤트로픽 모델에 쓰였다. 이는 기업이 자체 서비스에 AI를 연동할 때 앤트로픽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일부 조사에서는 여전히 오픈AI가 더 많은 기업 고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앤트로픽이 더 빠른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2028년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오픈AI보다 약 2년 빠르다.
한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등은 이번 주식시장 조정이 과도한 반응이라고 경고한다. 복잡한 기업용 플랫폼은 단순한 AI 도구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오라클, 구글 등 빅테크는 2026년에만 6,000억달러 이상을 AI 인프라에 투입할 계획이다. 앤트로픽의 기술 진전은 이러한 투자 경쟁을 가속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AI 경쟁의 승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본다. 오픈AI는 여전히 사용자 수에서 압도적이며, 구글도 '제미니' 최신 모델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 다만 이번 주는 분명했다. 조심과 안전을 앞세워 뒤처졌던 앤트로픽이, 시장과 업계 모두를 긴장시키는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우리는 지금 AI 실험의 정점에 있다"며 "이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는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