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6 08:34 AM
By 전재희
EV 수요 과대평가 인정... 램 1500 EV 등 프로젝트 취소 여파
지프(Jeep)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 (Stellantis)가 전기차(EV) 전략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약 260억달러(222억유로)에 달하는 대규모 비용을 회계상 반영한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회사 측은 전기차 수요 확대 속도를 과대평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 이후 밀라노 증시에 상장된 스텔란티스 주가는 하루 만에 약 25% 급락하며, 2021년 피아트크라이슬러(Fiat Chrysler Automobiles)와 PSA그룹(푸조·Peugeot) 합병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번 손상차손은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과대평가한 데 따른 비용을 주로 반영한 것"이라며, "그 결과 많은 소비자들의 실제 필요와 구매 여력, 선호에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손상 규모는 전기차 투자 실패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에서 보고된 금액 중 가장 큰 수준이다. 앞서 포드(Ford)는 지난해 12월 약 195억달러,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약 60억달러의 EV 관련 손상차손을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스텔란티스에 따르면 전체 손상차손의 약 3분의 2는 램 1500 EV(Ram 1500 EV)와 일부 지프 전동화 모델 등 취소된 차량 플랫폼과 제품에서 발생했다. 또 다른 상당 부분은 EV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캐나다 배터리 공장 지분 매각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가운데 약 80억달러는 협력업체 보상 등 실제 현금 유출을 동반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스텔란티스는 향후 전략의 중심을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회사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기차보다 가격 부담이 적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 소비자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8기통 '헤미(Hemi)' 엔진 등 기존 내연기관 옵션도 다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최근 몇 년 사이 약화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높은 차량 가격, 주행거리 불안, 충전소 접근성 문제가 여전히 구매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가 배출 규제를 완화하고,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한 점도 시장 환경을 바꿨다.
스텔란티스는 전임 CEO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 시절 추진됐던 공격적인 전동화·수소 전략을 단계적으로 되돌리고 있다. 필로사는 지난해 하반기 취임 이후 수소연료전지 투자 축소 등 일부 결정을 이미 철회했다.
재무 안정성 확보를 위해 회사는 배당을 중단하고, 최대 50억유로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2025년 하반기에만 190억~210억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손상차손을 제외하더라도 실적은 지난해 12월 제시했던 가이던스를 밑돌 전망이다.
스텔란티스는 관세 비용 증가(약 16억유로)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필로사는 오는 5월 미시간에서 열리는 투자자 설명회에서 새로운 중장기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핵심은 13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과 신차 출시다. 회사는 과거 중단됐던 지프 체로키(Jeep Cherokee)와 같은 차명을 부활시키고, 중형 램(Ram) 픽업트럭 등 공백을 메우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14개에 달하는 브랜드 간 중복 문제와, 미국·유럽 간 환경 규제가 갈라지는 상황에서 대서양 양쪽을 아우르는 현재의 사업 구조가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필로사는 "스텔란티스는 강한 지역 기반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라며 "각 시장의 현실에 맞춘 균형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