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9 07:01 AM

AI 수술실 진입 후유증... 오작동·신체 부위 오인 사례 속출

By 전재희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수술실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의료 혁신에 대한 기대와 함께 환자 피해 주장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의료기기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AI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규제 당국에는 수술 오작동, 신체 부위 오인, 중대 부상과 관련된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존슨앤드존슨 계열 기기, AI 도입 후 사고 급증

2021년 헬스케어 대기업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산하 의료기기 업체 아클라런트(Acclarent)는 만성 부비동염(chronic sinusitis) 치료에 사용되는 트루디 내비게이션 시스템(TruDi Navigation System)에 인공지능을 추가했다고 발표하며 "의학의 도약(leap forward)"이라고 홍보했다.

이 시스템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비인후과(Ear, Nose and Throat) 전문의의 수술을 보조하는 장치다.

의료계에 적용된 AI
(의료계에 적용되는 AI. CHatGPT)

그러나 로이터 통신이 미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AI 도입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AI가 추가되기 전까지 FDA에는 해당 기기와 관련해 7건의 오작동(malfunction) 보고와 1건의 환자 부상 보고만 접수됐지만, 이후에는 최소 100건 이상의 오작동 및 이상 사례(adverse events)가 보고됐다.

두개골 손상·뇌졸중 주장까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말부터 2025년 11월 사이 최소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다수 사례에서 트루디 시스템이 수술 중 기구 위치를 잘못 안내해, 환자 머리 내부에서 사용 중이던 기구의 실제 위치를 외과의에게 오인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환자에서는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이 코로 유출됐고, 또 다른 사례에서는 두개골 바닥(base of the skull)이 천공됐다. 두 건의 사례에서는 경동맥(carotid artery)이 손상돼 뇌졸중(stroke)이 발생했다고 주장됐다.

다만 FDA 보고서는 원인 규명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AI가 사고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텍사스(Texas)에서 제기된 두 건의 소송에서는 "AI가 통합된 이후 오히려 제품 안전성이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로이터는 해당 주장들을 독립적으로 검증하지는 못했다.

제조사 "AI와 인과관계 증거 없다"

존슨앤드존슨은 질의에 대해 2024년 아클라런트와 해당 시스템을 인수한 인테그라 라이프사이언시스(Integra LifeSciences)로 문의를 넘겼다. 인테그라는 "트루디 시스템이 사용된 수술에서 이상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을 보여줄 뿐, AI 기술과 부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신뢰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AI 의료기기, 승인 급증·리콜도 동반

AI는 의료 전반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희귀 질환 치료, 신약 개발, 수술 정확도 향상 등 긍정적 전망이 제시되지만, 위험성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현재 FDA가 승인한 AI 기반 의료기기는 최소 1,357개로, 2022년 대비 두 배 수준이다.

존스홉킨스(Johns Hopkins), 조지타운(Georgetown), 예일(Yale) 대학 연구진은 FDA 승인 AI 의료기기 60종이 총 182건의 리콜(recall)과 연관됐다는 연구 결과를 2025년 8월 의학 학술지 JAMA 헬스 포럼(JAMA Health Forum)에 발표했다. 이 중 43%는 승인 후 1년 이내에 리콜이 발생해, 유사 규정으로 승인된 일반 의료기기보다 약 두 배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잘못된 신체 부위 표시" 사례도

FDA에는 AI가 태아 초음파(prenatal ultrasound)에서 신체 부위를 잘못 식별했다는 보고도 접수됐다.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 계열 삼성메디슨(Samsung Medison)의 소니오 디텍트(Sonio Detect)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태아 영상을 분석하는데, 일부 보고에서는 "AI 알고리즘이 태아 구조를 잘못된 신체 부위로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안전 문제는 없으며 FDA의 조치 요구도 없었다고 밝혔다.

규제 당국 역량 약화 우려

로이터와 인터뷰한 FDA 전·현직 과학자들은 AI 의료기기 급증 속에서 규제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주도의 비용 절감 과정에서 AI 전문 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핵심 부서의 인력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FDA는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 특히 AI 기반 기기에 대해 임상시험(clinical trials)을 의무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존 기기의 '업데이트'로 분류되면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승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대 의대(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의 알렉산더 에버하트(Alexander Everhart) 박사는 "전통적인 의료기기 규제 방식은 AI 기술의 불확실성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혁신과 안전 사이의 긴장

미 보건복지부(HH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는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며,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기술은 진단과 치료에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직 FDA 직원들은 "자원이 부족하면 놓치는 것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AI가 수술실까지 파고든 지금, 기술 혁신의 속도와 환자 안전을 보장할 규제의 균형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