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0 07:31 AM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2006년 플로리다 팜비치(Palm Beach) 경찰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수사를 환영하며, 그의 공범 기슬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을 "악(evil)"이라고 표현하고 수사 초점을 맞추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긴 연방수사국(FBI,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문건이 새로 공개됐다고 뉴욕포스트(NYP)가 10일 보도했다.
NYP에 따르면, 이번 문건은 2019년 10월 마이클 라이터(Michael Reiter) 전 팜비치 경찰서장에 대한 FBI 인터뷰 요약본으로, 마이애미 헤럴드(Miami Herald)가 처음 보도했다. 라이터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플로리다의 대표적 부유 지역인 팜비치의 최고 치안 책임자를 지냈다.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이 14세 안팎의 소녀들을 고용해 성적 학대를 했다는 수사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전화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라이터에게 "다행히도 당신들이 그를 막고 있다. 모두가 그가 이런 짓을 해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다.
트럼프는 또 엡스타인 주변에 십대들이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당장 빠져나왔다(got the hell out of there)"고 말했으며, 엡스타인을 자신의 마러라고(Mar-a-Lago) 리조트에서 내쫓았다고도 전했다. 그는 "뉴욕 사람들은 엡스타인이 역겨운 인물(disgusting)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통화에서 기슬레인 맥스웰을 "엡스타인의 실행자(operative)"라고 부르며 "그녀는 악한 인물이며, 수사의 초점을 그녀에게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FBI 요약본은 전하고 있다.
해당 문건에서는 경찰서장의 이름이 일부 가려져 있지만, 시기와 직책, 사건 경과 등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라이터의 역할과 일치한다.
라이터는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을 처음 만난 계기가 엡스타인이 자신의 직원이 절도를 저질렀다며 신고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엡스타인은 경찰서에 보안 영상 검토 장비 구입 명목으로 4만 달러를 기부했고, 첫 피해자가 나올 무렵 지문 인식 장비 구입을 위해 9만 달러 수표를 발행했으나 이는 현금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또 경찰 장학금 기금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
라이터가 엡스타인에 대해 문의했을 때, 그는 "법 집행기관을 지지하는 중요한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팜비치 경찰은 2000년대 초반, 대략 2003년부터 엡스타인 관련 신고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엡스타인과 공범들에 대한 성폭행(sexual battery) 혐의를 포함한 방대한 수사 기록을 구축했지만, 라이터에 따르면 주 검찰은 피해자들의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사건을 기각했다.
결국 엡스타인 사건은 주(州) 차원에서 무산됐고, 그는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며 논란의 비기소 합의(non-prosecution agreement)를 통해 13개월 복역, 그중 상당 기간을 외부 근무(work release)로 보냈다.
엡스타인은 2019년 7월 연방수사국에 의해 성매매(sex trafficking) 혐의로 다시 체포됐지만, 한 달 뒤 맨해튼 교도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
이번 문건 공개는 맥스웰이 하원 감독위원회(House Oversight Committee)의 비공개 화상 증언에서 수정헌법 제5조(Fifth Amendment)에 따른 자기부죄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나왔다. 64세의 영국 태생 사교계 인사인 맥스웰은 엡스타인과의 관계나 미성년자 인신매매 역할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맥스웰의 변호인은 현재 텍사스(Texas)의 중간 보안 교도소에서 20년형을 복역 중인 그녀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clemency)을 받는다면 "자유롭게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현재로서는 사면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살펴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FBI 문건은 엡스타인 사건을 둘러싼 초기 수사 과정과,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사안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단서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