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4 07:07 PM
By 전재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때 주류였던 세단(Sedan)이 급격히 사라졌지만, 가격 부담이 커진 소비자 환경 속에서 디트로이트(Detroit) 완성차 업체들이 세단 부활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1960년대 쉐보레 임팔라(Chevrolet Impala) 같은 대형 세단부터 1990년대 베스트셀러 포드 토러스(Ford Taurus)에 이르기까지, 미국인의 자동차는 곧 세단을 의미했다.
그러나 스포츠유틸리티차(Sport Utility Vehicle, SUV)와 픽업트럭(Pickup Truck)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판도는 급변했다. 포드(Ford)는 2018년 세단 라인업을 전면 중단했고,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승용차를 사실상 전시장에서 제거했다.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GM)의 마지막 대중형 세단인 체비 말리부(Chevy Malibu)는 2024년 11월 캔자스시티 공장에서 생산이 종료됐다.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GM 사장 마크 로이스(Mark Reuss)는 사내 행사에서 "하이브리드 전기 세단을 다시 갖고 싶다"며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 최고경영자 짐 팔리(Jim Farley) 역시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세단 시장은 여전히 활력 있다"며 "문제는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포드 딜러들은 단종된 퓨전(Fusion) 세단의 부활을 수년째 요청해왔다.
스텔란티스 산하 크라이슬러(Chrysler)도 3만 달러 미만의 소형 승용차 개발을 추진 중이다.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 크리스 퓨얼(Chris Feuell)은 "아름답고 운전의 재미를 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차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5만 달러를 넘어섰다. 관세 인상과 제조비 상승, 고급 옵션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문제는 세단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축소됐다는 점이다.
모터 인텔리전스(Motor Intelligence)에 따르면 15년 전 전체 신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던 승용차는 2025년 18%까지 떨어졌다. 소형·중형 세단 판매는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에드먼즈(Edmunds)의 분석가 이반 드루리(Ivan Drury)는 "세단을 전부 없앨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하나는 남겨야 했다"며 "보급형 세단은 브랜드로 고객을 유입시키는 관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디트로이트 3사는 전기차(Electric Vehicle, EV) 전환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미 의회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친환경 의무 규정과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GM, 포드, 스텔란티스는 전략 수정 비용으로 500억 달러 이상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최저가 차량 5종 가운데 미국 브랜드는 GM의 쉐보레 트랙스(Chevrolet Trax) 한 모델뿐이다. 나머지는 기아(Kia), 현대(Hyundai), 토요타(Toyota), 폭스바겐(Volkswagen) 등 해외 업체 제품이다.
토요타 북미 판매 책임자 데이비드 크리스트(David Christ)는 "코롤라(Corolla)로 수익을 내긴 하지만 크지 않다"며 세단 사업의 낮은 마진 구조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토요타는 디트로이트 업체들이 철수한 뒤 미국 세단 시장 점유율을 12%에서 22%로 끌어올렸다.
세단은 제조 단가 대비 판매 가격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GM과 포드는 멕시코·한국 등 저임금 국가로 생산을 이전했지만, 일본·한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포드는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매버릭(Maverick) 픽업트럭을 3만 달러 미만에 판매하며 대중형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세단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GM 역시 스포츠유틸리티차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소비자는 여전히 세단을 선호한다고 본다. 고급 세단 캐딜락 CT5(Cadillac CT5)는 예외적으로 안정적인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오하이오주 한 포드 딜러십에서 근무하는 브랜던 버가르트(Brandon Burgardt)는 "퓨전 소유자들은 모두 세단 복귀를 원한다"며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3만 달러 미만의 합리적 가격 세단이 나온다면 충분히 판매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수익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한때 미국 도로를 지배했던 세단은 SUV 시대에 밀려났지만, 가격 부담이 커진 현재 시장 환경은 다시 세단을 호출하고 있다. 디트로이트가 과연 수익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