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7 07:20 AM

미국 인권운동 상징 제시 잭슨 목사, 84세로 별세

By 전재희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Jesse Jackson(제시 잭슨) 목사가 향년 84세의 나이로 17일(화) 오전 별세했다고 로이터 등 주요 매체가 보도했다. 

유가족은 성명을 통해 잭슨 목사가 희귀 뇌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지 약 3개월 만에 시카고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NYP)에 따르면, 가족은 "그의 정의, 평등, 인권에 대한 확고한 헌신은 전 세계 자유와 존엄을 위한 운동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며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지치지 않는 변화의 주체였다"고 추모했다.

마틴 루서 킹의 제자에서 대선 후보까지

잭슨 목사는 Martin Luther King Jr.(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측근이자 제자로 널리 알려졌다. 1960년대 시민권 운동 현장에서 킹 목사와 함께 활동하며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함께 있는 제시 잭슨 목사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함께 있는 제시 잭슨 목사. AP )

그는 1984년과 1988년 두 차례 민주당 대선 경선에 도전하며 흑인 정치 지도자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또한 2000년에는 Bill Clinton(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대통령 자유훈장)을 수훈했다.

동료 인권운동가인 Al Sharpton(앨 샤프턴) 목사는 "그는 단순한 시민권 지도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운동이었다"며 "정의는 계절이 아니라 매일의 과업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오퍼레이션 푸시와 레인보우 연합 창설

잭슨은 1970년대 초 시카고에서 '오퍼레이션 푸시(Operation PUSH·인권단체)'를 설립했고, 1984년에는 여성·성소수자 권리까지 포괄하는 '내셔널 레인보우 연합(National Rainbow Coalition·전국 레인보우 연합)'을 창립했다.

두 단체는 1996년 통합됐으며, 그는 50여 년간 활동 끝에 2023년 레인보우-푸시 연합(Rainbow-PUSH Coalition·레인보우-푸시 연합)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흑인 노예 후손에 대한 배상(reparations·배상) 필요성을 초기부터 공개적으로 제기한 주요 지도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말년 건강 악화... 희귀 뇌질환 투병

잭슨은 2017년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파킨슨병) 진단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성 핵상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진행성 핵상마비, PSP)로 최종 진단이 변경됐다. 이 질환은 보행, 균형, 삼킴 능력 등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 뇌질환이다.

그는 2021년 담낭 수술을 받았고, 코로나19(COVID-19·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24시간 간호를 받으며 지냈으며, 말년에는 언어 능력을 상실해 손을 잡고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가족과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세계적 연대와 상징적 존재

잭슨은 1980~90년대 쿠바의 Fidel Castro(피델 카스트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Nelson Mandela(넬슨 만델라) 등과 만나며 국제적 인권 연대 활동에도 나섰다.

유가족은 "우리는 그를 세상과 나눴고, 세상은 우리 가족의 일부가 됐다"며 "그가 평생 지켜온 가치들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추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민권 운동의 한 시대를 상징했던 제시 잭슨의 별세로, 1960년대 이후 이어진 흑인 인권운동의 산증인이 또 한 명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