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7 08:10 PM
By 전재희
미 국방부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 (Anthropic)과의 협력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 대형언어모델(LLM) '클로드(Claude)'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커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면화되는 양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U.S. Department of Defense)는 모든 합법적 군사 목적에 AI 모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앤스로픽은 자사 기술이 국내 감시 활동이나 자율적 치명적 무기 운용 등 특정 군사 작전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이 이끄는 국방부는 최근 "워크(woke) 기술 기업의 제약은 군사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며, 앤스로픽을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
국방부 연구·공학 담당 차관은 "어떤 모델이든 모든 합법적 사용 사례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면 문제"라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내부적으로 앤스로픽을 '공급망 리스크'로 간주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방산 계약업체와 협력사들에 대해 클로드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인증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통상 해외 적대국 기업에 적용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이례적인 압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의 파트너는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를 돕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이는 미군과 국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앤스로픽 측은 "미 국가안보를 지원하는 최첨단 AI 활용에 전념하고 있다"며 "최초로 자사 모델을 기밀 네트워크에 배치했고, 국가안보 고객을 위한 맞춤형 모델도 제공해왔다"고 반박했다. 현재 국방부와 '성실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앤스로픽은 2024년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 협력 관계를 맺었으며, 지난해 최대 2억 달러 규모의 군 계약을 따낸 바 있다. 또한 기밀 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유일한 대형언어모델로 승인받으며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해왔다.
앤스로픽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다리오 아모데이 (Dario Amodei)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한 이력이 있으며, 2024년 대선 당시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는 게시글을 올린 바 있다. 이러한 행보는 트럼프 진영 인사들 사이에서 문제 삼아져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 등 일부 인사들은 '워크 AI'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앤스로픽은 정치적 동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전직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을 다수 영입한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쟁사인 오픈AI(OpenAI), 구글(Google), xAI 등은 국방부가 요구하는 '모든 합법적 목적 사용' 원칙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앤스로픽의 입장이 미 방위산업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연구원은 "앤스로픽을 공급망 리스크로 지정하는 것은 미군의 AI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적으로 매우 현명하지 못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성향 벤처캐피털 1789캐피털(1789 Capital)은 최근 앤스로픽의 300억 달러 규모 투자 유치 라운드 참여를 검토했다가 이념적 이유로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와 앤스로픽 간 갈등은 단순한 계약 조건 분쟁을 넘어,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 범위와 '워크' 논쟁이라는 정치적 쟁점이 맞물리며 미국 방산·테크 산업 전반에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