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7 08:22 PM
By 전재희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독립 전문가 패널이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방대한 문서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법무부 (U.S. Department of Justice)가 공개한 수백만 건의 엡스타인 관련 문서를 검토한 결과, 해당 사건이 "전 지구적 범죄 조직(global criminal enterprise)"의 존재를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공개 문서에 담긴 범죄 행위가 우월주의적 신념, 인종주의, 부패, 극단적 여성혐오라는 배경 속에서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범죄는 여성과 소녀들을 상품화하고 비인간화하는 구조적 폭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성명에서 전문가들은 "여성과 소녀들을 상대로 한 이 잔혹 행위의 규모와 성격, 조직적·체계적 특성, 초국가적 범위를 고려할 때, 일부는 반인도적 범죄의 법적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인도적 범죄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거나 조직적으로 자행된 살해, 노예화, 강간, 성폭력 등의 행위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엡스타인 파일에 담긴 의혹에 대해 독립적이고 철저하며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범죄가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과 제도적 실패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문서 공개 과정에서 "중대한 규정 준수 실패와 부실한 비공개 처리(botched redactions)"가 있었다며, 피해자들의 민감한 정보가 노출된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문서에서 1,200명 이상의 피해자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거나 수사를 확대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많은 생존자들에게 재트라우마를 안기고, 이들이 말하는 '제도적 가스라이팅(institutional gaslighting)'을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Jeffrey Epstein)은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관련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뒤에도 정치·금융·학계·재계 인사들과 광범위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연방 아동 성매매 혐의로 다시 체포됐으며, 2019년 구치소 수감 중 사망했다. 당국은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었다.
미 의회는 지난해 11월 초당적 지지로 엡스타인 관련 모든 파일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관련 자료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엡스타인 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권력과 성착취, 제도적 방조 의혹이 얽힌 국제적 스캔들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향후 추가 공개 문서와 국제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