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8 09:44 AM
By 전재희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해 전면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헤란 지도부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정권 생존을 걸고 군사·안보 태세를 대폭 강화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대학원 중동안보 전문가 파르잔 사베트는 "이란은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종전 이후 최악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최근 항공모함 2척과 다수의 전함·전투기를 중동 지역에 배치했다. 오만 해역에는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 (USS Abraham Lincoln)이 전개 중이다.
이에 맞서 이란은 병력을 분산 배치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하부 지휘관에게 위임하는 '모자이크 방어 전략'을 부활시켰다. 이는 외부 공격으로 지휘부가 타격을 받더라도 군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Ali Khamenei)는 "미국 전함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것을 바다 밑으로 보낼 수 있는 무기"라며 강경 발언을 내놨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번 주 전략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 병력을 배치했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해역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통로다.
국영 매체는 해안과 고속정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러시아 군함도 반다르아바스 항에 입항해 합동 군사훈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약 2,00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다. 또한 걸프 지역 미군 기지와 해협 통과 선박을 겨냥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 대함 순항미사일, 어뢰정 전력도 갖추고 있다.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파한 핵시설과 '픽액스 마운틴(Pickaxe Mountain)'으로 알려진 지하 터널 단지의 입구를 콘크리트와 토사로 보강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는 "공습을 완화하고 특수부대 지상 침투를 어렵게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2024년 파르친 군사시설을 폭격한 바 있으며, 최근 해당 시설에도 콘크리트 구조물이 추가로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 능력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JD 밴스(JD Vance) 미 부통령은 이란의 최근 제안이 미국의 '레드라인'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란 국가안보회의 수장 알리 라리자니 (Ali Larijani)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강요된다면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권은 외부 공격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수만 명이 체포됐으며, 인권단체에 따르면 12월 말 시위 시작 이후 7,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나르게스 모하마디 (Narges Mohammadi)도 수감 중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명수비대는 테헤란 전역에 100여 개 감시 거점을 설치했으며, 병원 기록을 조회해 시위 부상자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핵 협상을 통해 제재 완화를 얻어내길 원하지만, 협상 결렬 시 군사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내부 경제 악화와 대규모 시위, 외부 군사 압박이 동시에 가중되는 가운데, 테헤란 지도부는 정권 존속 자체를 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