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9 07:33 AM
By 전재희
영국 경찰이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관련 문건 공개 이후 확산된 의혹과 관련해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Andrew Mountbatten-Windsor) 전 왕자를 공직 비위(misconduct in public office) 혐의로 체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목) 보도했다. 그는 챨스 3세 국왕의 동생이다.
템스밸리 경찰은 19일(현지시간) 60대 남성을 체포해 버크셔와 노퍽 지역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영국 경찰은 통상 체포 단계에서 실명을 공개하지 않지만, 영국 언론은 해당 인물이 앤드루 전 왕자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찰스 3세 국왕은 "법은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밝히며 전면적인 수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엡스타인 스캔들 여파로 동생의 '왕자(Prince)' 칭호를 박탈한 바 있다.
이번 수사는 성범죄 의혹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경찰은 앤드루가 2010년 전후 영국 정부 무역 특사(UK trade envoy)로 활동하던 시절, 직무상 취득한 기밀 정부 보고서를 엡스타인에게 전달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공직 비위는 공직자가 고의로 직무를 유기하거나 권한을 남용해 공공의 신뢰를 중대하게 훼손했을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으며, 중대 범죄를 다루는 크라운 코트(Crown Court)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다만 아직 기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영국 반군주제 단체 '리퍼블릭(Republic)'은 미국 당국이 엡스타인 관련 문서 300만 쪽 이상을 공개한 직후 경찰에 공식 고발장을 제출했다. 공개 문건에는 앤드루가 베트남·싱가포르 등 공식 방문국 관련 보고서를 엡스타인에게 전달했다는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앤드루는 수십 년간 거주해온 윈저의 로열 로지(Royal Lodge)를 이달 초 떠나, 노퍽 샌드링엄 영지(Sandringham Estate) 내 우드 팜(Wood Farm)으로 거처를 옮겼다. 영국 언론은 그가 이곳에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윈저와 우드 팜 두 곳 모두에서 수색을 진행했으며, 현장에는 다수의 사복 경찰과 차량이 목격됐다.
한편 엡스타인 사건의 핵심 피해자였던 버지니아 주프레(Virginia Giuffre)의 유족은 체포 소식 직후 성명을 내고 "왕실이라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은 위로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결코 진정한 왕자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주프레는 2015년 공개적으로 앤드루가 10대 시절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미국에서 제기한 민사소송을 통해 앤드루와 비공개 합의에 도달했으며, 합의금은 1천만 파운드(약 1,350만 달러) 이상으로 보도됐다. 앤드루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주프레는 3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으며, 사후 회고록 'Nobody's Girl'이 출간돼 현재 영국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런던 시내에서 취재한 시민들은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권력이 책임과 윤리를 동반하지 않는 현실의 상징"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시민은 "결국 해외로 도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개적으로 동정을 표한 시민은 거의 없었다는 전언이다.
엡스타인 문건 공개는 영국 왕실과 정치권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경찰 당국은 추가 수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기소 여부는 검찰청(CPS)과 협의를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앤드루는 현재 66세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셋째 자녀다. 이번 사건은 현대 영국사에서 왕실 인사가 형사 수사를 위해 체포된 첫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엡스타인 스캔들이 영국 군주제의 도덕성과 공적 신뢰에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