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0 07:25 AM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 14억달러 자산 매각...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 시장 경고등

By 전재희

월가가 개인투자자들에게 '고수익 대안투자'로 적극 판매해 온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 시장에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대체자산 운용사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은 14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해 자사 펀드에서 환매를 요청한 개인투자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신뢰 회복 조치라기보다 유동성 압박의 신호로 받아들이며 업계 전반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발표 직후 블루아울 캐피털 주가는 장중 한때 10% 급락했으며, 종가는 약 6% 하락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와 블랙스톤(Blackstone)도 각각 약 5% 하락했다. KKR과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 등 주요 사모신용 운용사들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 . 블룸버그 )

에버코어(Evercore)의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 글렌 쇼어(Glenn Schorr)는 "현재로서는 투자자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관련 주식이나 자산에 대해 누구도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장기 보유 전제 흔들리는 사모신용 구조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 펀드는 투자자 자금을 모아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고, 높은 이자 수익을 배당 형태로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구조다. 최근 수년간 관련 운용사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개인투자자로부터 수조 달러를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블루아울 캐피털이 판매해 온 준유동성(Semi-liquid) 기업개발회사(BDC, Business Development Company) 상품은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업계는 더 나아가 401(k) 퇴직연금(401(k) retirement plan)에 사모펀드 상품을 편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자산 매각은 운용사와 개인투자자 사이의 구조적 괴리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라이빗 크레딧은 매각이 어려운 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을 전제로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필요할 때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환매 증가·자금 유입 둔화

2025년 말부터 환매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준유동성 BDC로의 평균 자금 유입은 약 15% 감소했다.

업계 최대 규모 준유동성 펀드를 운용하는 블랙스톤(Blackstone)의 경우, 월간 자금 유입이 지난해 11월 11억달러에서 올해 1월 6억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클레이스(Barclays)의 펀드매니저 담당 애널리스트 벤 부디시(Ben Budish)는 "부정적 헤드라인이 이어지고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접할 경우, 해당 펀드로의 자금 유입에 추가적인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쇄적 대응 나선 블루아울

블루아울 캐피털의 어려움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일부 유명 기업들의 부도(default) 사례가 잇따르며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자사가 운용하던 기존 준유동성 BDC와 상장 BDC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자산 가치 평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면서 거래를 취소했다.

이후 기술기업 중심 BDC에서는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지분을 매도(tender)했고, 운용사는 최대 17%까지 인출을 허용하기 위해 차입에 나서야 했다.

최근에는 세 개 BDC가 보유한 대출채권을 연기금과 보험사에 액면가의 99.7% 수준에 매각했다. 구형 BDC는 6억달러 규모 대출을 매각해 1분기 말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향후에는 분기별 환매(tender offer) 대신 분기 자본 배분(capital distribution)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기술 특화 BDC는 4억달러(순자산가치의 약 6%), 상장 BDC는 4억달러(약 2%)를 각각 매각했다. 매각 자산 중 약 13%는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 대출이었다. 이는 최근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시장이 약세를 보인 직후에 이뤄진 거래다.

에버코어의 쇼어는 "포트폴리오의 30%를 액면가(par)에 매각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나머지 포트폴리오의 실제 가치에 대한 의구심도 키웠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 전략 시험대

현재까지는 자금 유입(inflows)이 환매 요청(redemptions)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구조적 수요가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프라이빗 크레딧 산업이 개인투자자 기반 확장 전략에서 예상보다 큰 변동성을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가가 '대체투자의 대중화'를 통해 성장해 온 프라이빗 크레딧 모델이, 실제 시장 스트레스 국면에서도 개인투자자의 장기 투자 인내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