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3 10:12 AM

피터 만델슨 전 英 주미대사 체포...엡스타인 연루 의혹 파장 확산

By 전재희

전 영국 주미대사 피터 만델슨(Peter Mandelson·72)이 공직자 직무상 비위 혐의로 런던 경찰에 체포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이번 체포는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관련 문건에서 그와의 긴밀한 관계가 드러난 이후 이뤄졌다.

런던경찰청(메트로폴리탄 폴리스)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72세 남성을 공직상 비위(misconduct in public office)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체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의미할 뿐 유죄를 뜻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만델슨은 런던 캠든 지역에서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美 법무부 공개 이메일이 발단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말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이메일이다. 해당 문건에는 만델슨과 엡스타인의 관계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밀접했다는 정황이 담겼다.

특히 만델슨이 2009년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정부에서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엡스타인과 정보를 공유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델슨과 스타머
(만델슨과 스타머 총리. 자료화면)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대사 해임·정치권 탈당

만델슨은 2024년 말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에 의해 주미대사로 임명됐다. 그는 취임 직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일부 관세 인하 합의를 이끌어내며 외교적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지난해 9월 대사직에서 해임됐다. 이후 그는 노동당을 탈당하고 상원(귀족원) 직에서도 물러났다.

경찰은 이달 초 런던과 윌트셔 지역에 있는 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최대 종신형 가능...총리도 정치적 압박

공직상 비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영국 형법상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으며 중범죄를 다루는 크라운 법원(Crown Court)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이번 사안은 영국 정치권 전반으로 파장을 확산시키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만델슨 임명 당시의 검증(vetting) 절차와 관련해 의회로부터 관련 문건 공개를 요구받았으며, 3월 초 일부 자료가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주에는 찰스 3세 국왕의 동생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Andrew Mountbatten-Windsor) 역시 별도의 혐의로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오며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굴곡진 정치 인생

만델슨은 1990년대 중후반 토니 블레어(Tony Blair) 전 총리의 '뉴 레이버(New Labour)' 프로젝트를 설계한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그러나 1998년 주택 대출 미공개 문제, 2001년 여권 발급 청탁 의혹 등으로 두 차례 내각에서 사임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이후 다시 정계에 복귀해 브라운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2024년 외교 무대로 복귀했으나 이번 엡스타인 연루 의혹으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영국 정가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 개인 비위를 넘어, 고위 공직자 검증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