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5 12:04 PM

"엡스타인 후폭풍"... 래리 서머스, 하버드와 40년 인연 마침표

By 전재희

미국 정·재계를 넘나들며 영향력을 행사해 온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전 총장이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과의 관계가 재조명되면서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수십 년에 걸친 학교와의 인연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공개한 이메일 문건을 통해 서머스와 엡스타인 간 장기간 이어진 교류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서머스는 지난해 11월부터 휴직 상태였으며, 이번 발표로 강의와 연구센터 공동소장직 등 모든 공식 직책에서 사임하게 된다.

하버드 측은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 대한 대학의 내부 검토와 연관해 서머스가 모사바르-라흐마니 비즈니스·정부센터 공동소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학년도 말까지 휴직 상태를 유지한 뒤 교수직에서도 은퇴할 예정이다.

래리 서머스
(래리 서머스. 자료화면)

서머스는 성명을 통해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학생과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명예교수이자 은퇴 교수로서 향후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한 연구와 분석, 논평 활동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엘리트 코스'에서의 추락

서머스는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종신교수를 지냈고,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총장을 역임했다. 또한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대표적 경제학자다. 그러나 직설적이고 논쟁적인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으며, 2006년 교수진 불신임 이후 총장직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다.

그는 이미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블룸버그(Bloomberg), 오픈AI(OpenAI) 등 여러 기관에서도 직무를 중단한 상태다.

학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엡스타인 파장'

이번 사안은 서머스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학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는 수학과 교수 마틴 노왁(Martin Nowak)을 엡스타인 관련 조사와 연관해 유급 행정 휴직 조치했다.

앞서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도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액슬(Richard Axel) 교수가 저커먼 마인드 브레인 행동 연구소 공동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액슬 교수는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중대한 판단 착오"라고 인정했다.

명성에 남은 그림자

서머스의 사임은 미국 최고 엘리트 네트워크 내부에서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여전히 강력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때 학계·정계·금융권 최고위층을 오가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 과거의 교류로 인해 공적 경력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된 셈이다.

엡스타인 스캔들의 여진은 여전히 미국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