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5 12:10 PM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고용주 제공 은퇴연금이 없는 미국인들을 위한 새로운 저축 플랜 구상을 내놓았다. 내년부터 수백만 명이 연방 공무원용 은퇴계좌와 유사한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직장을 통해 401(k)형 은퇴계좌에 가입할 수 없는 근로자들도 연방 공무원의 저축제도인 스리프트저축플랜(Thrift Savings Plan·TSP)과 유사한 계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TSP는 저비용 인덱스펀드와 목표시점펀드(Target-Date Fund) 등 분산투자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모든 유형의 은퇴계좌에 대해 연 최대 1,000달러까지 정부가 매칭 기여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제도는 이미 2022년 초당적 법안으로 마련됐으며,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매칭은 저소득·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며, 근로자가 납입한 금액의 50%를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지원액은 줄어들며, 개인 연소득 3만5,500달러, 부부 합산 7만1,000달러에서 완전히 종료된다.
백악관은 이번 구상이 기존 직장 기반 은퇴저축 시스템 밖에 있는 근로자들의 자산 형성을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민간 부문 근로자의 약 30%는 직장 내 은퇴저축 플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은퇴계좌(IRA)를 활용할 수 있지만, 인식 부족이나 가입 절차의 번거로움 등으로 실제 저축률은 낮은 편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체 근로자들의 가입률이 낮다. 중소기업은 401(k) 도입에 필요한 비용과 행정 부담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제도 도입이 뒤처져 있다.
행정부는 추가 입법 없이도 새로운 정부 매칭을 활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수백만 명의 민간 근로자를 수용하려면 의회의 입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재무부 고위관료였던 마크 아이브리(Mark Iwry)는 기존 TSP를 그대로 확대하는 것은 법적·행정적 한계가 있다며, 유사한 별도 제도를 신설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동가입(auto-enrollment) 제도 도입이나 매칭 확대 역시 추가 입법 없이는 어렵다는 평가다.
이미 TSP와 유사한 플랜을 신설하고 연방 매칭을 확대하는 초당적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존 히켄루퍼(John Hickenlooper) 상원의원, 톰 틸리스(Thom Tillis) 상원의원, 로이드 스머커(Lloyd Smucker) 하원의원, 테리 시웰(Terri Sewell) 하원의원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리처드 닐(Richard Neal) 하원의원이 제안한 자동 IRA 프로그램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방안은 은퇴플랜을 제공하지 않는 대부분의 고용주에게 근로자를 자동으로 IRA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경우 닐 의원은 세입세출위원회 위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의 반응도 변수다. TSP와 유사한 정부 주도형 플랜이 도입될 경우, 기업들이 기존 401(k)를 축소하거나 정부 플랜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중산층 이하 근로자에 한정된 매칭이라면 기업들이 고소득 직원 유치를 위해 기존 플랜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케빈 해셋(Kevin Hassett)은 저소득층의 은퇴저축 확대를 지지해 온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21년 경제학자 테레사 길라르두치(Teresa Ghilarducci)와 함께 이번 구상과 유사한 정책 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드물게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책 분야로 평가된다. 다만 구체적 설계와 입법 여부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