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5 12:17 PM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미국 기술기업의 해외 데이터 처리 규제를 저지하기 위해 전 세계 미 외교관들에게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로 로이터 통신이 25일(수)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2월 18일자 국무부 전문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은 각국의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또는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 법안 움직임에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전문은 해당 규제가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서비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무부 전문은 외국의 데이터 주권 법률이 "글로벌 데이터 흐름을 방해하고, 비용과 사이버보안 위험을 증가시키며, AI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한하고, 정부 통제를 확대해 시민의 자유를 훼손하고 검열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8년 시행된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불필요하게 과도한 데이터 처리 제한과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요건을 부과한 사례"로 지목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은 GDPR을 통해 유럽 시민의 개인정보를 해외로 이전하는 데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미국 기술기업들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해 왔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 간 무역·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럽 각국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데이터 처리 관행에 대한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대형 인공지능 기업들이 방대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모델을 훈련시키는 점이 감시 및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덜란드의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가 베르트 후버트(Bert Hubert)는 "이전 행정부가 유럽 고객을 설득하려 했다면, 현 행정부는 유럽이 자국의 데이터 보호 규제를 완화하라고 요구하는 보다 공격적인 접근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은 또 중국이 "매력적인 기술 인프라 프로젝트와 제한적 데이터 정책을 결합해 감시 및 전략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자국 기업의 데이터 저장 및 해외 이전 규제를 강화해 왔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해당 전문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은 항상 사이버보안과 데이터 보안을 중시해 왔다"고 밝혔다.
해당 전문은 '행동 요청(action request)'이라는 제목 아래, 각국의 국경 간 데이터 흐름 제한 움직임을 추적하고 대응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미국, 멕시코,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이 2022년 출범시킨 글로벌 국경간 프라이버시 규칙 포럼(Global Cross-Border Privacy Rules Forum)을 홍보하라는 지침도 포함됐다.
이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온라인 검열을 우회할 수 있는 포털을 추진하는 등 디지털 규제 분야에서 공세적 행보를 보이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번 지시는 AI와 클라우드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규제 전선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의 저장 위치와 이전 조건을 둘러싼 각국의 입법 움직임은 단순한 개인정보 보호 차원을 넘어, 기술 패권과 국가 안보, 산업 경쟁력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로운 데이터 흐름'을 전면에 내세우며 외교 채널을 동원함에 따라, 향후 미국과 유럽, 중국 간 디지털 규범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