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5 08:49 PM
By 전재희
엔비디아(Nvidia)가 4분기 매출 681억달러와 순이익 430억달러를 기록하며 시장의 '인공지능(AI) 버블' 우려를 잠재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수)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순이익은 전년 동기 221억달러 대비 94% 급증했고, 매출은 393억달러에서 73% 늘었다. 월가 예상치(순이익 375억달러, 매출 661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시가총액 약 5조달러로 세계 최대 상장사인 엔비디아는 최근 몇 달간 기술주 변동성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실적은 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컴퓨팅은 이미 변화했다"며 "이제 컴퓨팅이 곧 매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전 세계 비즈니스 방식을 뒤흔드는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623억달러로 전체의 91.4%를 차지했다. AI·클라우드 기업에 판매하는 GPU와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총이익률은 75%로 전년 동기 73%에서 상승했다.
기술 리서치업체 퓨처럼그룹(Futurum Group)의 대니얼 뉴먼(Daniel Newman) CEO는 "이제는 단순히 좋은 실적이 아니라 완벽한 실적을 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AI 시장의 다음 관건은 모델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으로의 전환이다. 학습은 대규모 GPU가 필요하지만, 추론은 중앙처리장치(CPU) 비중이 높아진다.
엔비디아는 수년간 GPU로 학습 시장을 장악해 왔다. 그러나 AI가 실제 서비스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추론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메타(Meta)와의 협력 발표에는 GPU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CPU 기반 서버 대규모 배치가 포함됐다.
황 CEO는 "이제 추론이 고객의 매출과 직결된다"며 "AI 에이전트 확산과 함께 연산 토큰을 빠르게 생성하는 능력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콜레트 크레스(Colette Kress)는 최신 서버 플랫폼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이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추론 성능을 제공한다고 강조하며 "현재 우리는 추론의 왕"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은 오픈AI(OpenAI), 오라클(Orac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 알파벳(Alphabet), 아마존(Amazon.com) 등이다. 최근 오픈AI의 자금 조달 능력과 구글 등 맞춤형 칩 설계 기업들의 부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발표했던 오픈AI에 대한 최대 1,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보류했고, 대신 최근 라운드에 약 300억달러 규모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Zacks Investment Management)의 브라이언 멀버리(Brian Mulberry)는 "수요 구조가 변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마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AI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하드웨어는 여전히 엔비디아"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H200 칩의 대중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크레스 CFO는 "아직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토종 칩 설계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엔비디아가 중국 개발자들을 자사 플랫폼에 계속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글로벌 AI 생태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매출을 780억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729억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총이익률 역시 7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을 웃도는 가이던스에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1% 미만 상승한 198.39달러를 기록했다.
AI 버블 논란 속에서도 엔비디아는 실적으로 답했다. 다만 향후 관건은 추론 시장 지배력 유지, 대형 고객의 자금 조달 안정성, 맞춤형 칩 경쟁 심화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