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5 08:54 PM
By 전재희
연방대법원(U.S. Supreme Court)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상당 부분을 위법으로 판결한 이후, 기업들이 최소 1,300억달러에 달하는 관세 환급을 요구하며 대거 소송전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수) 보도했다.
지난 10개월간 해당 관세로 미 정부가 거둬들인 세수는 최소 1,300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기업들이 실제로 환급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1,800개 기업이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코스트코(Costco), 굿이어 타이어 앤 러버(Goodyear Tire & Rubber), 반스앤노블 퍼처싱(Barnes & Noble Purchasing) 등 대형 기업들도 포함됐다. 대부분은 대법원 판결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후 페덱스(FedEx) 등 추가 기업들이 합류하고 있다.
수입업체들을 대리하는 연방 소송 전문 변호사 매슈 셀리그먼(Matthew Seligman)은 "석면 소송과 맞먹는 규모"라며 "다만 이번에는 모든 소송이 동시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일까지 최소 30만1,000개 수입업체가 해당 관세 적용 대상이었다. 이 가운데는 기업뿐 아니라 해외 직구 물품에 관세를 직접 납부한 개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처리는 뉴욕에 위치한 전문 무역법원인 국제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CIT)이 맡게 된다. 해당 법원은 통상 관련 사건 경험은 풍부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금액과 수천 건의 잠재적 원고가 한꺼번에 몰린 사례는 전례가 드물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급 문제에 대해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대법원까지 간 사건의 하급심 과정에서는 "관세가 위법으로 판결될 경우 이자 포함 전액 환급이 가능하다"고 법원이 명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환급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5년간 법정 다툼이 이어질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사안은 법원에 넘어가 있으며, 법원의 명령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까지 간 사건의 원고 측 변호인단은 25일 국제무역법원과 항소법원에 정부가 관세 전액을 신속히 환급하도록 명령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의 첫 공식 입장은 이번 주 금요일 제출될 예정이다.
현재 제기된 소장 대부분은 관세가 위법이라는 점과 환급 대상임을 간략히 기재한 '복제 수준'의 문서들로, 구체적인 청구 금액은 공개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제무역법원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관련 소송을 일시 중단했다. 최종 판결 이후 별도의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낙관적으로는 1~2년 내 환급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비관적 전망은 훨씬 길다.
일부 자문가들은 "최종 청구서가 확정되기 전까지 굳이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하는 반면, 다른 로펌들은 대규모 집단 소송을 준비하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비닐 바닥재 업체 HMTX 인더스트리즈(HMTX Industries)의 공동 소유주 할런 스톤(Harlan Stone)은 "소송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일을 대비한 안전장치"라며 지난해 12월 22일 환급 소송을 제기했다.
퀸 이매뉴얼(Quinn Emanuel Urquhart & Sullivan)과 밀뱅크(Milbank) 등 대형 로펌들은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워싱턴 D.C. 소재 통관 브로커 메르칸타일 로지스틱스 앤 인터내셔널 트레이드(Mercantile Logistics & International Trade)의 킴벌리 대니얼스(Kimberly Daniels)는 고객 20곳이 2,200달러에서 700만달러 규모의 환급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중 상장사 한 곳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고, 나머지 기업들은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세관이 자발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려 환급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무역 전문 변호사들은 국제무역법원이 모든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법원 감독 환급 절차를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포천 500대 기업을 대리하는 변호사 그레그 후시시안(Greg Husisian)은 "추가적인 구제 메커니즘을 마련해 더 빠른 환급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위법 판결을 받은 관세를 대체해 새로운 글로벌 관세를 15%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는 환급 소송과 별개로 통상 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관세 환급을 둘러싼 이번 '1,300억달러 소송전'은 향후 수년간 미 통상 정책과 기업 재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