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6 07:12 AM

엔비디아 호실적에도 AI 불안 해소 못해... "이번엔 다르다"

By 전재희

엔비디아(Nvidia)가 분기 매출 681억달러를 기록하며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시장의 인공지능(AI)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단일 분기 매출이 상당수 반도체 기업의 연간 매출을 넘어섰음에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오히려 AI가 촉발할 구조적 충격에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으며, 최근 4개 분기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회사는 이번 분기 성장률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해당 가이던스는 2년 만에 월가 예상치를 가장 큰 폭으로 웃돌았다.

그럼에도 실적 발표 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최근 6개월 상승률도 8% 미만으로, 다우지수와 다른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비해 부진한 편이다.

"AI 버블"에서 "AI 충격"으로

그간 시장은 AI 투자 과열이 거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이번 국면은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구글(Google),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등 AI 개발사들의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세일즈포스(Salesforce),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줌(Zoom)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수혜를 보는 분야-메모리 반도체, 광케이블, 전력 설비-와 달리, 기존 소프트웨어 및 대형 기술기업들은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으로 자유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올해 들어 17% 하락했고, 아마존(Amazon)은 9% 떨어졌다. 알파벳(Alphabet)과 메타(Meta) 역시 대규모 AI 투자로 현금흐름 감소가 예상된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일시적으로 자유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엔비디아의 '역설'

엔비디아는 지난 회계연도에 967억달러의 자유현금흐름을 기록했고, 올해는 1,6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폭발적 현금 창출은 AI 투자 부담이 고객사 재무를 약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AI
(인공지능. 자료화면)

AI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과 고용 시장이 충격을 받을 경우, 기술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 황 CEO 반박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이달 초 한 콘퍼런스에서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반복했다.

그러나 실적 발표 당일 세일즈포스, 스노우플레이크, 줌 등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했다. 시장은 여전히 AI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재편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다음 달 GTC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베라 루빈(Vera Rubin) AI 칩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매출을 견인 중인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제품군이다.

'원톱 승자'의 딜레마

엔비디아는 AI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입지가 굳건하다. 그러나 "엔비디아만 돈을 버는 세상"은 장기적으로 회사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내부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AI가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단순한 칩 공급자를 넘어 '원로 국가(elder statesman)'처럼 과도한 기대와 공포를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기록적인 숫자만으로는 시장의 새로운 AI 공포를 잠재우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