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2 08:00 AM
By 전재희
월가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모대출(Private Credit) 운용사로 꼽히던 블루아울 캐피털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공동 창업자 더그 오스트로버 (Doug Ostrover)와 마크 립슐츠 (Marc Lipschultz)가 구축한 3,070억 달러 규모의 제국이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다.
블루아울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비상장 기업에 직접 대출하는 사모대출 시장에서 소프트웨어·AI·개인투자자 자금을 앞세워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시가총액이 약 240억 달러 증발했고, 투자자 환매 요청이 급증하며 업계 전반에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블루아울은 설립 초기부터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에 집중했다. 팬데믹 이후 기술 기업이 고속 성장하던 시기에는 안정적이고 '섹시한'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AI 인프라 확장에도 공격적으로 베팅했다. 데이터센터 지분 투자, 디지털 인프라 기업 인수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다.
하지만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블루아울이 대출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가치가 하락했고, 관련 펀드의 자산가치도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블루아울 테크놀로지 파이낸스' 펀드는 지난해 9월 기준 포트폴리오의 56%를 소프트웨어·기술서비스 기업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종 펀드 대비 높은 편이다.
블루아울 운용자산 3,070억 달러 중 약 40%가 개인투자자 자금이다. 이는 경쟁사인 Apollo Global Management, Blackstone, Ares Management, KKR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개인투자자는 기관보다 자금 이동이 빠르다. 최근 크레딧 시장 불안과 기술주 약세가 겹치면서 일부 반유동(semiliquid)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15%까지 치솟았다.
블루아울은 규정상 분기당 5%로 제한할 수 있었지만, '자신감'을 보이기 위해 15% 전액을 상환했다. 그러나 직후 소프트웨어 업황 불안이 재점화되며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블루아울은 2월 중순, 구형 펀드 자산 중 6억 달러 규모 대출을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자금의 30%를 돌려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떤 자산이 남아 있는지, 가치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다. 발표 이후 주가는 추가로 10% 하락했다.
두 창업자는 회사 상장 이후 급등한 주식을 담보로 개인 금융거래를 해왔다. 정점 기준 약 20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담보로 설정한 것으로 증권 신고서에 나타난다.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마진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월가의 관심사다.
회사 측은 "대출은 충분히 초과 담보 상태이며, 상장 이후 두 경영진 모두 주식을 매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사모대출 산업 전반도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상장 사모대출 운용사들은 배당 축소를 발표했고, 은행주도 동반 하락했다. 올해 들어 주요 사모대출 관련 종목은 25% 이상 하락했다.
에버코어의 애널리스트 글렌 쇼어는 "시장 우려의 핵심은 사모대출 부실률이 급증할지 여부"라며 "블루아울은 대형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 크리스 코토프스키는 "사모대출 자산의 질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블루아울에 대해 '아웃퍼폼' 의견을 유지했다.
오스트로버와 립슐츠는 과거에도 커리어 정체를 딛고 창업에 성공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2024년 NHL 탬파베이 라이트닝을 인수하고 NFL 워싱턴 커맨더스 지분도 확보하는 등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제 월가는 이들에게 "성장 신화를 쓴 두 영업 달인이 불안해진 투자자들을 다시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블루아울의 향방은 사모대출 산업의 향방과도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월가 전체의 시험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