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2 07:21 PM

걸프 국가들, 이란 공세에 '시간과의 전쟁'...요격미사일 고갈 우려

By 전재희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세가 이어지면서 걸프 산유국들이 요격미사일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첨단 미국산 방공체계를 갖춘 이들 국가가 현재까지는 피해를 제한하고 있지만, 소모 속도를 감안하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방어망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루 수백 기 드론·미사일...요격탄은 한정적

아랍에미리트(UAE)는 개전 이후 사흘 동안 이란으로부터 탄도미사일 174기, 순항미사일 8기, 드론 689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도 대규모 공습을 받았다.

카타르 도하에서 요격미사일로 요격
(카타르 도하에서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미사일로 방어하고 있다. FOX 영상 캡쳐)

문제는 요격 비용과 재고다. 패트리엇(Patriot)이나 사드(THAAD) 체계는 탄도미사일 한 기를 격추하는 데 2~3기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다. 서방 당국은 이란이 초기 단계에서 걸프를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2,000기 이상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미사일 전문가 파비안 호프만은 "최근 며칠간의 요격 속도는 길어야 며칠, 많아야 일주일 정도만 유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패트리엇 생산도 한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미 국방부 역시 패트리엇 재고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상당량이 소모된 영향이다.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PAC-3 MSE 요격미사일 620기를 생산했으며, 향후 7년간 연간 2,000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사일 한 기 가격은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걸프 국가들은 미국군과 통합된 다층 방공망을 운용하고 있지만, 저가 드론을 고가 미사일로 격추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샤헤드 드론, 진짜 위협

특히 이란의 '샤헤드(Shahed)' 자폭 드론은 전략적 위협으로 평가된다. 최대 시속 약 115마일, 최대 비행거리 1,500마일 이상으로 알려진 이 드론은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 운용이 가능하다.

이스라엘과 달리 걸프 국가들은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드론 비행 시간이 수분 단위에 불과하다. 이는 탐지·대응 시간을 크게 줄인다.

이미 UAE 제벨알리 항만, 사우디 라스타누라 정유시설, 카타르 라스라판 LNG 플랜트 등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에너지 시설은 화재와 2차 폭발 위험이 커 방어가 특히 어렵다.

전술 변화 불가피..."일부 드론 통과 허용할 수도"

미국 신안보센터(CNAS)의 베카 와서 연구원은 "요격미사일을 고가치 목표물에만 사용하고 일부 드론은 통과를 감수하는 전술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는 투자·관광 유치를 내세워온 걸프 국가들의 안정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스라엘도 지난해 12일간의 전쟁 말미에 요격탄을 배분하며 일부 지역 타격을 감수한 전례가 있다.

드론 대응 체계 미비 지적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다라 마시콧 연구원은 "걸프 국가와 미국은 우크라이나처럼 저비용 대드론 팀과 근접 방어체계를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관총 등 저가 무기를 활용한 전방위 방어망이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 합참의장 댄 케인 (Dan Caine) 장군은 "자폭 드론 위협은 지속적"이라면서도 "현재 시스템은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이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현대전 양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드론 대량전 시대에 맞는 방어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