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6 07:53 AM
By 전재희
미국 경제가 2월 예상과 달리 일자리 감소를 기록하며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노동부가 6일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2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9만2000개 감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이는 1월 증가폭 12만6000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며,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경제학자 전망치인 5만개 증가에도 크게 못 미쳤다.
WSJ에 따르면, 실업률은 4.4%로 소폭 상승했다.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몇 달 동안 고용 증가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고용 지표에 대해 "좋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초 1월 고용 증가에 대한 반작용으로 2월에는 약 1만5000개의 일자리 감소를 예상했지만 실제 감소 폭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고용 수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미국의 총 고용 규모가 추가로 6만9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는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다코는 노동시장 부진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 증가가 압박을 받고 있어 소비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6개월 가운데 미국 경제는 세 달 동안 일자리 감소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연준은 쉽지 않은 정책 환경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으로 주요 해상 운송로가 봉쇄되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5년째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위험이 있다.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재부상하는 상황은 중앙은행 입장에서 정책 선택지를 크게 제한한다. 연준은 이달 말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업률이 앞으로 몇 달간 계속 상승할 경우 연준 내부에서 중반기 금리 인하 논의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고용 보고서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다. 주식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이날 장 초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500 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모두 1% 이상 하락했다.
2월 고용 감소는 여러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의료 및 사회복지 부문에서는 1만86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이 부문은 지난 2년 동안 고용 증가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1월에 11만64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이후 급격한 조정을 겪었다. 특히 카이저 퍼머넌트 의료진 약 3만1000명의 파업이 고용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에서는 1만1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 증가로 고용을 떠받치던 흐름이 약화된 모습이다. 여가·접객업은 2만7000명 감소했으며 제조업도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연방정부 고용 역시 1만명 감소했다.
미국 노동시장은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미국의 일자리 증가 규모는 경기 침체기를 제외하면 200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인력 축소 정책과 기업들의 채용 신중 기조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인공지능 확산으로 인한 인력 수요 변화 전망도 기업들의 채용 계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체 해고 규모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크게 줄이고 있다. 또한 최근 1년 동안의 고용 증가 역시 의료 및 사회복지 부문에 집중됐으며 대부분 다른 산업에서는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고용 구조가 불균형한 모습을 보였다.
고용 둔화와 높은 생활비 부담은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향후 1년 동안 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률 자체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세금 감면 정책이 경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올해 고용 증가세가 다시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란 전쟁으로 인한 휘발유 가격 상승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