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6 09:03 AM

UAE, 이란 자산 동결 검토...테헤란 금융 생명선 차단 가능성

By 전재희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 내에 보관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산 동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단독 보도했다. 

이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로, 실행될 경우 테헤란의 핵심 금융 통로를 차단하는 중대한 조치가 될 전망이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AE 당국은 최근 이란이 자국을 향해 100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후 자산 동결을 포함한 여러 금융 제재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UAE 정부는 이러한 가능성을 이란 측에 비공식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로 조치가 시행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UAE는 오랫동안 이란 기업과 개인들이 서방 제재를 우회하는 금융 허브 역할을 해왔다. 분석가들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이란은 UAE를 통해 해외에서 석유를 판매하고 그 수익을 무기 프로그램과 중동 지역의 대리 세력 지원에 활용해 왔다.

UAE FLAG
(UAE 국기. Mappr)

전문가들은 UAE가 이란 금융 활동을 제한할 경우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경제 전문 싱크탱크 보스앤바자(Bourse & Bazaar)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망헬리지 최고경영자는 "UAE는 이란이 글로벌 경제와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통로이기 때문에 금융 활동 제한 조치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UAE 당국은 이란의 비공식 금융 네트워크를 해체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무역 거래를 위장하는 페이퍼컴퍼니의 자산 동결과 공식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 환전소 네트워크에 대한 단속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주요 표적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계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최근 석유 판매 물량의 상당 부분을 혁명수비대와 군·안보 조직이 직접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도록 배정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정책 결정자들은 금융 조치 외에도 해상 단속과 같은 직접적인 대응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란 선박을 압류하거나 항만 활동을 제한해 이란의 '그림자 유조선 함대'를 약화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란은 노후 유조선들로 구성된 비공식 선단을 활용해 제재 대상 석유를 운송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UAE와 아시아 지역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실제로 자산 동결에 나설 경우 이는 그동안 유지해 온 외교·경제 균형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는 조치가 된다. UAE는 미국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둔 이웃 국가인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금융 시스템을 제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지는 않았다.

국제 금융 허브를 지향하는 UAE는 세계 각국의 자본 유입을 적극 받아들여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 자본과 원자재 거래업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두바이는 주요 금융·무역 거점으로 부상했다.

서방 국가들은 그동안 UAE가 제재 회피 자금 흐름을 충분히 단속하지 않는다고 압박해 왔다. 실제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22년 UAE를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대응 미흡을 이유로 '그레이 리스트'에 올렸으나, UAE가 제도 개선을 진행하면서 2024년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최근 이란과의 군사 충돌은 UAE를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하고 있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두바이 공항과 관광지 인근 지역 일부가 피해를 입으면서 UAE가 안정적인 금융·투자 허브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UAE 내부에서도 자산 동결 조치가 가져올 보복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란이 UAE 영토나 주요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추가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과의 금융·무역 관계가 단절될 경우 수익성이 높은 거래가 사라질 뿐 아니라 러시아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본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UAE가 전면적인 자산 동결보다는 혁명수비대 관련 계좌 등 특정 대상에 대한 제한 조치부터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안보연구 교수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이 조치는 UAE가 이란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비군사적 압박 수단"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은행의 중개 계좌를 통해 이동한 자금 가운데 약 90억 달러가 이란의 비밀 금융 활동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62%가 UAE 기반 기업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은 UAE 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석유 판매 대금을 수령하고 거래를 결제하며 자금 출처를 숨겨온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