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7 09:22 AM
By 전재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시작한 지 두 번째 주에 접어든 가운데, 이란 대통령이 걸프 국가들에 사과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이후 군사 공격이 이어지면서 이란 내부의 정책 불일치와 권력 갈등 가능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7일 걸프 국가들을 향해 이례적으로 "이란의 행동으로 영향을 받은 이웃 국가들에 개인적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걸프 국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란도 인접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최근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걸프 지역 민간 시설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지역 국가들의 반발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걸프 국가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이란에서 발사된 드론과 미사일이 자국 영공을 통과하거나 공격을 시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에도 군사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인근 알다프라 미 공군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UAE 국방부는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15기와 드론 119기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요격 과정에서 발생한 잔해가 떨어지면서 두바이 공항 인근에서 소규모 사고가 발생해 항공편 운항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사과 발언은 이란 내부에서도 논란을 불러왔다. 강경 성향의 성직자이자 의원인 하미드 라사이는 소셜미디어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약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은 외교 메시지를 통해 걸프 국가들의 참전을 막으려는 정치 지도부와 군사 작전을 주도하는 혁명수비대 사이의 긴장 또는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후 이란은 현재 대통령과 두 명의 성직자가 참여하는 임시 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군사 작전은 혁명수비대가 중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은 여전히 중동 여러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과 교전을 재개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응해 이란 내부와 레바논 내 헤즈볼라 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또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해 이동하는 만큼 해상 운송 차질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걸프 지역에서 운항하는 석유·가스 선박의 보험 손실을 최대 200억 달러까지 보장하는 재보험 지원 방안을 발표했으며, 필요할 경우 미 해군이 유조선 호위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이 해협에 진입할 경우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무조건 항복하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고 밝히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외국이 자국 지도부를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하메네이 사망 이후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재는 대통령과 두 명의 성직자가 참여하는 임시 지도부가 국가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가회의가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게 된다.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계속 보고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민간인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는 10명이 사망했고 미군도 최소 6명이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란 대통령의 사과가 걸프 국가들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막기 위한 외교적 신호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군사 행동과 내부 비판은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도 전쟁 대응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