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8 08:32 PM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선출...이란 "끝까지 싸우겠다" 신호

By 전재희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속에서 이란이 새 최고지도자로 모즈타바 하메네이 (Mojtaba Khamenei)를 임명했다.이는 서방과의 타협보다는 장기 대결을 선택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공습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yatollah Ali Khamenei)의 차남인 모즈타바를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임명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압박 속에서도 정권이 흔들리지 않았음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인사는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대통령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Mojtaba Khamenei
(새로운 이란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위키)

전문가들은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선출이 이란 권력 구조에서 강경파가 완전히 주도권을 잡았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은 "이번 인사는 국내에서는 억압을 지속하고 국제적으로는 저항을 이어가는 기존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새 지도자 임명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와 군은 즉각 충성을 선언했다. 국영 매체에 따르면 이란은 지도자 임명 직후 이스라엘을 향해 새로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오랫동안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란 권력 내부에서는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여했으며 이후 혁명수비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그는 혁명수비대 내 정보기관과 바시즈 민병대 지도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조직은 2009년 대선 부정 의혹 이후 발생한 '녹색운동'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미국 정부는 2019년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제재를 부과하며 그가 혁명수비대와 협력해 "지역 불안정 정책과 국내 억압 정책을 추진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번 인사는 이란 정치 체제에서도 역사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최고지도자 직위가 사실상 부자 간에 승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왕정을 무너뜨린 혁명 지도자들은 권력 세습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가의 군 통수권과 사법권, 외교 정책을 포함한 모든 핵심 권한을 가진 최고 권력자로 임기는 종신이다. 또한 전 세계 약 2억 명의 시아파 무슬림의 최고 종교 권위자로 간주된다.

새 지도자는 전쟁과 경제 위기라는 이중 위기 속에서 권력을 승계하게 됐다. 이란은 이미 미국 제재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었으며 올해 초에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 수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란은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으며 걸프 지역 국가들과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공항과 유전, 담수 시설 등 주요 인프라가 공격받으면서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권력 승계가 이란 체제가 외부 압박 속에서도 구조적 개혁보다는 기존 권력 체제를 유지하려는 선택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테네시대학교의 이란 안보 전문가 사이드 골카르는 "외부와 내부의 거대한 압박 속에서도 체제는 개혁할 능력이 없었고 결국 또 다른 하메네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