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1 07:55 AM
By 전재희
회원국들, 유가 억제를 위해 원유 재고 방출 여부 11일 결정 예정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급등한 원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제안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이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방안은 4억 배럴의 원유를 시장에 방출하는 것으로, 이는 IEA 역사상 가장 큰 방출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을 당시 IEA 회원국들이 시장에 공급했던 1억8200만 배럴의 두 배 이상이다. 해당 제안은 화요일 IEA 32개 회원국 에너지 당국자들의 긴급 회의에서 공유됐다.
회원국들은 수요일 이 제안에 대해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칙적으로는 어느 한 나라라도 반대하지 않을 경우 채택되지만, 단 한 국가의 반대만으로도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프랑스 엘리제궁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수요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간)에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에너지 상황 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가 자국이 이르면 3월 16일부터 전략비축유를 단독으로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 부문 비축분에서 15일치, 정부 비축분에서 30일치를 방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타리나 라이헤 독일 경제·에너지 장관은 IEA 제안이 채택될 경우 다른 회원국들과의 연대 차원에서 독일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IEA의 이번 제안은 페르시아만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거의 봉쇄된 상황에서 발생한 대규모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분의 1이 매일 운송된다. 그러나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유 수송이 거의 멈춘 상태다.
이란의 유조선 공격은 1974년 아랍 석유 금수 조치 이후 서방 국가들과 동맹국들이 IEA를 설립하게 만든 바로 그 유형의 상황이다. IEA는 서방 국가들과 동맹국들의 협의체로, 회원국들이 보유해야 할 원유 비축량 기준을 정하고 석유 시장 혼란으로부터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비축유 방출을 조율한다.
프랑스 재무장관 롤랑 레스퀴르는
"우리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당장 다시 열 수 없다면, 우리는 다른 원유로 그것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처음 시작한 2월 28일 이후 국제 유가는 최대 40%까지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시장 참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대해 내놓는 발언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이번 주 들어 가격은 다소 하락했다.
화요일 원유 가격은 배럴당 84달러 아래에서 마감했지만, 디젤과 같은 연료 가격은 여전히 급등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유가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주식시장 조정을 촉발할 수 있으며, 운전자들에게도 연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월요일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유가가 하락하자 처음에는 안도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IEA 석유 부문 책임자를 지낸 닐 앳킨슨(현재 워싱턴의 에너지 분석기관인 National Center for Energy Analytics 방문연구원)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들이 곧 다시 해협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졌고, 더 많은 선박이 공격을 받았으며 미 해군의 호위 작전도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앳킨슨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며
"글로벌 경제와 세계 경제의 작동 방식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에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IEA 회원국들은 공공 비축유 12억 배럴과 의무 상업 재고 6억 배럴을 보유하고 있다고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월요일 밝혔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이는 걸프 지역에서 공급이 끊겼을 경우 약 124일 동안 대체 가능한 물량이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과거에 엇갈린 결과를 낳은 사례도 있다.
IEA 회원국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차례 연속으로 비축유를 방출했다. 당시 시장 참가자들은 방출 자체를 위기가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유가가 오히려 약 20%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비축유 방출이 결국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1991년 걸프전 당시 전략비축유 방출은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당시 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바로 그날 밤 전략비축유 방출을 명령했다. 동시에 IEA 회원국들도 사전에 마련된 계획에 따라 비축유 방출에 동참했다.
미국이 주도한 공격 첫날 유가는 20% 이상 하락했다. 이후 연합군이 2월에 이라크와 쿠웨이트로 진입할 무렵에는 전략비축유가 이미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