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6 08:46 AM
By 전재희
"100만 달러가 아닌 10만 달러 생일 선물 받고도 거리 두지 못했다"
할리우드 A급 홍보 담당자로 유명한 페기 지걸(Peggy Siegal)이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과의 관계에 대해 입을 열면서, 두 사람의 교류를 둘러싼 여러 충격적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폭스뉴스(FOX)가 16일 보도했다.
FOX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올해 초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지걸과 엡스타인 사이에 오간 약 5,000건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 이메일들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 배리 레빈슨(Barry Levinson) 등의 고객을 상대해온 할리우드 거물 홍보 담당자 지걸이, 성매매 및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악명 높은 엡스타인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를 보여준다.
지걸은 최근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그리고 그 대가로 무엇을 잃었는지를 털어놓았다. 다음은 이번 인터뷰와 공개된 이메일에서 드러난 핵심 내용 5가지다.
엡스타인은 2017년 지걸의 70번째 생일을 맞아 10만 달러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엡스타인이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다시 체포되기 약 2년 전의 일이다.
지걸은 뉴욕 매거진에 "그의 돈을 받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는 돈이 아주 많았다"고 말했다.
이메일에 따르면 지걸은 이 돈의 사용 계획까지 엡스타인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3만 달러는 사우샘프턴에서 70명의 손님을 초대한 생일 파티 비용으로 배정했고, 1만5,000달러는 엘턴 존(Elton John)의 에이즈 재단에 기부해 "6월에 그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고 싶다고 적었다.
또 아파트 리노베이션 비용 일부를 보태는 데도 돈을 사용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그녀는 프랑스에서 제작 중인 "갈색과 베이지색의 표범 무늬 벽면 전체 카펫"이 도착하기 전까지 임시방편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지걸은 당시 엡스타인에게 "아파트 공사가 끝나면 당신이 첫 손님"이라고 쓰기도 했다.
지걸은 자신이 엡스타인의 개인 섬에 간 적도, 그의 비행기를 탄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엡스타인이 2000년대 수감 이후 다시 상류층 사교계에 접근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 매거진에 따르면 지걸은 2013년 멧 갈라(Met Gala)에 엡스타인이 초대받도록 도왔고,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 론 마이클스(Lorne Michaels), 당시 구글 최고경영자였던 에릭 슈밋(Eric Schmidt) 등 유명 인사들과 함께하는 저녁 모임에도 그가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영화 시사회 초청 명단에 그를 자주 올렸고, 때로는 직접 데려가기도 했다.
지걸의 한 측근은 그녀가 엡스타인의 사교 생활에서 "핵심 연결고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지걸은 엡스타인이 주최하려 했던 유명 인사 초청 파티 기획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는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Andrew Mountbatten-Windsor), 즉 영국 앤드루 왕자가 주빈으로 예정돼 있었다.
이메일에서 엡스타인은 우디 앨런(Woody Allen)과 친분을 쌓고 싶어 하며, 그를 파티에 초대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지걸은 "우디는 좋은 생각이다. 당신은 우디를 아느냐? 나는 안다"고 답했다.
동시에 그녀는 "순이(Soon-Yi) 문제 때문에 반발이 있을 수 있을까?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적으며 파장을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녀는 또 미술상 로린다 애시(Lorinda Ash)를 초대하는 방안도 제안하며, "그가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더 편해할 수 있다. 반면 왕족이 흥미를 끌 수도 있다"고 썼다.
지걸은 뉴욕 매거진 인터뷰에서 이 저녁 자리는 "완전히 예외적인 경우"였으며, 자신이 엡스타인을 위해 파티를 열어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당시 하비 와인스타인이 제작한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를 앤드루 왕자에게 전달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자신이 "이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했다"고 인정했다. 그녀는 "그들은 엡스타인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걸은 엡스타인의 불법 행위가 팜비치에서 벌어졌고, 뉴욕 사회는 이를 잘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기사 내용에 따르면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이미 2008년 엡스타인의 복역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공개된 이메일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대목 중 하나는 엡스타인이 지걸에게 이른바 '베이비 마마(baby mama)'를 찾아달라고 요청한 부분이다.
엡스타인은 이메일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내 베이비 마마를 찾아달라"고 썼다.
이에 지걸은 "내가 102살만 아니었다면 순식간에 그 일을 맡았을 것"이라고 농담 섞인 답장을 보냈다.
엡스타인은 이어 "훌륭한 유전자가 필요하다. 똑똑하고, 예쁘고, 재미있어야 한다. 당신이 50살만 젊었더라면, 아니 40살만"이라고 적었다.
지걸은 이에 대해 "이건 아마 정부, 즉 이 경우 베이비 마마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유럽 여성이 맡아야 할 자리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젊고 자기 커리어가 크지 않은 사람이 필요하다. 아마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직업 학생 같은 사람, 누군가에게 부양받는 사람 말이다. 또 가족이 많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사회적 지위를 꿈꾸는 여성은 답이 아니다. 찾고 또 찾고 있다"고 썼다.
이 대목은 지걸이 단순한 사회적 परिच知를 넘어 엡스타인의 사적 욕망과 계획에도 일정 부분 호응하거나 조력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지걸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엡스타인의 문제를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그녀는 엡스타인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이며 "사기꾼"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내게 자기 행동을 바꿨다고 말했다고 하면, 그건 내가 그가 변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감옥에 갔다는 사실이 있었으니, 분명히 뭔가 잘못했다는 감각은 있었다. 그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사기꾼이라는 것도 몰랐던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그녀는 "아동 포르노라는 개념은 너무 끔찍해서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논의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 문제를 다루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개와 인터뷰는 엡스타인의 범죄 네트워크가 단순히 금융권이나 정치권에만 국한되지 않고, 할리우드와 뉴욕 상류 사교계까지 깊숙이 연결돼 있었음을 다시 보여준다.
특히 지걸처럼 유명 인사들과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 엡스타인의 사회적 복귀를 도왔고, 그 대가로 금전적 이익과 영향력을 누렸다는 점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지걸은 결국 엡스타인과의 관계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가 무너졌다고 토로했지만, 공개된 이메일과 발언들은 그녀가 단순히 속은 피해자라기보다는, 문제를 인지하고도 외면한 채 관계를 지속한 인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