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8 07:14 AM

호르무즈 봉쇄 현실화...걸프 산유국들 '우회 수출' 총력전

By 전재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걸프 산유국들은 해협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총동원해 원유 수출을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 충격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은 거의 중단된 상태이며, 이는 전 세계 원유 및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통로가 막힌 것을 의미한다.

사우디, 홍해로 수출 축 이동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동부 유전에서 서부 홍해 연안의 얀부(Yanbu) 항구로 연결되는 '동서 파이프라인(East-West pipeline)'을 통해 수출 경로를 대거 전환하고 있다.

IEA 자료에 따르면 이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송량은 2025년 하루 평균 170만 배럴 수준에서 최근 하루 590만 배럴까지 급증했다. 이는 단기간 내 기록적인 증가이며, 조만간 최대 수송 능력인 하루 700만 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걸프국가들의 원유 우회 수출로
(걸프국들의 원유 우회 수출로. EIA)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걸프 연안 터미널 출하량은 급감한 반면, 홍해 항구 출하량은 급증하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얀부 항구 인근에는 유조선 대기 행렬이 형성되며 수출 물량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AE도 우회 수출 확대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내륙 유전과 오만만 연안의 푸자이라(Fujairah) 항구를 연결하는 '합샨-푸자이라(Habshan-Fujairah)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있다.

IEA에 따르면 해당 파이프라인의 수송량은 위기 이전 하루 약 100만 배럴 수준에서 최근 180만 배럴까지 증가해 사실상 최대 용량에 도달한 상태다.

푸자이라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도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핵심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회로로는 한계"...공급 차질 불가피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회 경로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파이프라인 용량 자체가 제한적이며, 이미 상당 부분 최대치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해상 물류 체계가 붕괴되면서 운송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얀부 등 일부 항구에서는 유조선 대기 시간이 증가하며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도 수출 유지...긴장 속 '부분 정상'

흥미로운 점은 이란 역시 완전히 수출이 중단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탱커트래커(TankerTracker.com)와 클플러(Kpler)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도 하루 110만~150만 배럴 수준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항로 또는 특정 국가(특히 중국 등)로 향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통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르그 섬 공습, 시장 불안 증폭

이 가운데 미국은 최근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하르그 섬을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공격으로 "모든 군사 목표물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으며, 석유 인프라는 의도적으로 남겨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하르그 섬에는 복잡한 파이프라인, 저장 시설, 수출 터미널이 밀집해 있어, 일부라도 손상될 경우 글로벌 공급에 추가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해협에서 선박 항행을 방해할 경우 석유 시설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구조적 충격'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일시적 충격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 유가 급등 및 변동성 확대

  • LNG 가격 상승

  • 해상 운송 비용 급증

  • 공급망 재편 가속화

등의 영향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장은 하르그 섬 추가 공격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자체를 흔드는 중대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