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2 11:09 PM
By 전재희
행동주의 투자사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Investment Management)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시놉시스(Synopsys)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설계 중요성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핵심 인프라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가치 재평가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엘리엇의 매니징 파트너 제시 콘(Jesse Cohn)은 시놉시스를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적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AI 발전으로 칩 설계의 복잡성과 투자 규모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시놉시스가 이러한 구조적 변화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놉시스는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인텔(Intel), 알파벳(Alphabet), 테슬라(Tesla)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엘리엇은 시놉시스의 재무 성과가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에 비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수익 확대, 운영 효율성 개선, 수익률(마진) 제고 등을 중심으로 경영진과 적극적인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은 그동안 기업의 구조 개선과 지배구조 변화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해온 바 있다.
엔비디아(Nvidia)는 지난해 약 20억 달러 규모로 시놉시스 지분을 매입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Jensen Huang)은 최근 업계 행사에서 "AI 붐으로 시놉시스의 도구 사용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될수록 설계 소프트웨어 수요 역시 동반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의 공통된 인식을 반영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약 7,920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며, 2026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칩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제조뿐 아니라 설계 단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시놉시스의 소프트웨어는 칩 생산 이전 단계에서 회로 설계, 시뮬레이션, 검증을 수행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다만 시놉시스의 최근 주가 흐름은 경쟁사 대비 다소 부진했다.
지난 1년간 시놉시스(Synopsys): 약 6% 하락, 반도체 지수: 약 71% 상승,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 약 8% 상승했다.
이 같은 격차가 엘리엇의 투자 및 개입 배경으로 분석된다.
시놉시스는 2024년 약 350억 달러 규모로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기업 앤시스(Ansys)를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진출과 함께 복잡해지는 반도체 설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AI 시대 반도체 경쟁은 제조(파운드리)와 설계(팹리스)를 넘어 설계 소프트웨어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놉시스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엘리엇의 투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성과 가치 재평가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