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7 07:30 AM
By 전재희
중동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걸프 아랍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단순한 휴전이 아닌 이란의 군사 능력 자체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합의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걸프 국가들은 미국과의 비공개 협의에서 "전쟁을 끝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란의 미사일·드론 능력과 해상 통제력을 영구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화'하는 능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걸프 국가들은 향후 합의가 ▲미사일 및 드론 공격 ▲에너지 및 민간 인프라 타격 ▲해상 운송 위협 ▲대리전(proxy warfare) 등 모든 위협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세프 알 오타이바는 "단순한 휴전은 충분하지 않다"며 "핵 프로그램, 미사일, 드론, 테러 대리세력, 해상 봉쇄 등 이란의 모든 위협을 해결하는 결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 합의는 "다음 위기를 단순히 연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걸프 국가들 내부에서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등은 경제 충격과 보복 공격을 우려해 조속한 종전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은 전쟁 확대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걸프 국가들은 특히 향후 어떤 합의에도 자국 안보가 명확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걸프협력회의(GCC)는 지금까지 이란이 에너지 시설과 민간 인프라, 해상 교통을 대상으로 5,000회 이상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며 "더 이상 공격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카르그섬(Kharg Island) 점령을 위한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해당 시설을 장악할 경우 미국이 이란 경제에 대한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일부 걸프 동맹국들은 이러한 지상군 투입이 전쟁을 더욱 확대시키고, 이란의 대규모 보복 공격을 촉발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이미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향후 중동 질서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걸프 국가들은 "이번 전쟁의 핵심은 어떻게 끝나느냐가 아니라, 전쟁 이후 어떤 질서가 만들어지느냐"라며, 장기적인 안보 구조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걸프 국가들의 요구가 향후 협상 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