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31 09:12 AM
By 전재희
미국 워싱턴주(Washington State)가 연소득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소득세를 도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이는 워싱턴주 역사상 처음으로 시행되는 주(州) 소득세로, 고소득층을 겨냥한 조세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나온 결정이다.
밥 퍼거슨 주지사가 서명한 이번 법안은 2028년부터 시행되며, 연소득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9.9% 세율이 적용된다.
워싱턴주는 지금까지 주 소득세가 없는 몇 안 되는 주 가운데 하나였으나, 이번 조치로 고소득자에 한정된 형태의 소득세를 처음 도입하게 됐다.
확보된 세수는 보육 프로그램 확대, 공립학교 무상 급식 제공, 근로가정 세액공제 확대, 중소기업 세금 감면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밥 퍼거슨(Bob Ferguson) 주지사는 이번 조치가 세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워싱턴주에서 소득 하위 20% 계층은 판매세와 재산세 등으로 소득의 약 13.8%를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는 반면, 고소득층은 훨씬 낮은 비율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격차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책을 지지하는 측은 소득 불평등 해소, 연방 복지 예산 축소에 따른 재정 보완 을 위해 고소득층 과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연방 차원의 의료·식료품 지원 축소에 따른 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도 강조된다.
반면 공화당 측은 부작용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주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드루 스톡스베리(Drew Stokesbary)는 "고소득층 세금 인상은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키고, 부유층의 타 주 이전을 유도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부자세'가 향후 중산층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워싱턴주의 이번 조치는 다른 민주당 주(州)에서도 유사한 정책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매사추세츠(Massachusetts)는 2022년 주민투표를 통해 연소득 100만 달러 초과분에 4% 추가 세금을 도입했으며, 해당 세수는 2025 회계연도 기준 약 30억 달러에 달했다.
또한 뉴욕시(New York City)의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시장은 고소득 가구에 대한 소득세 인상을 추진 중이다.
콜로라도(Colorado)에서는 기존 단일세(flat tax)를 폐지하고 누진세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연소득 5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이 포함될 전망이다.
한편 캘리포니아(California)에서는 서비스 노동자 노조가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 부유층을 대상으로 일회성 5% 부유세를 부과하는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개빈 뉴섬 주지사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공화당 주들은 소득세 폐지 또는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시시피(Mississippi)와 오클라호마(Oklahoma)는 개인소득세 폐지를 추진 중이며,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는 최고 세율을 1.99%까지 낮추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미주리(Missouri) 역시 소득세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판매세 확대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워싱턴주는 이번 세수 확보를 통해 근로가정 세액공제 프로그램을 약 46만 가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일정 소득 이하 가구에 300달러에서 1300달러 수준의 현금 지원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 급식 제공, 약 13만8000개 중소기업 세금 감면, 기저귀, 일반의약품, 위생용품 판매세 면제 등 생활 밀착형 지원 정책도 시행될 예정이다.
워싱턴주의 이번 소득세 도입은 단순한 지역 정책을 넘어, 미국 내 조세 정책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로 평가된다.
향후 고소득층 이탈 여부, 세수 안정성,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 등에 따라 다른 주들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