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1 11:34 AM

트럼프 출생시민권 폐지 행정명령, 연방대법원 심리서 '팽팽한 공방'... 판결 향방 불투명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출생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를 둘러싸고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보수·진보 성향 대법관들 모두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최종 판결 향방이 불투명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불법체류자나 임시 체류자의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둘러싼 것으로, 헌법 제14조 해석을 둘러싼 중대한 법적 논쟁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수·진보 모두 '의구심'... 예상보다 치열한 접전

WSJ에 따르면, 심리 과정에서 대법관들은 행정부 측 주장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출생시민권을 보장해 온 기존 판례와 헌법 해석을 뒤집는 데 대한 법적 근거가 충분한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러나 동시에 일부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측 논리에도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사건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접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방대법원
(연방대법원. 자료화면)

특히 존 로버츠(John Roberts) 대법원장과 닐 고서치(Neil Gorsuch),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 등은 양측 주장 모두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중도적 입장을 시사했다.

'거주(domicile)' 개념 쟁점 부상... 128년 판례 재해석 논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거주(domiciled)'의 의미다. 1898년 판례인 '웡 킴 아크(Wong Kim Ark)' 사건에서는 미국 내에서 태어난 중국 이민자의 자녀에게 시민권이 인정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판례를 근거로, 당시 부모는 미국에 '정착(domiciled)'한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늘날의 불법체류자나 단기 체류자와는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헌법 제14조가 출생지를 기준으로 시민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체류 신분에 따른 차별은 위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현직 대통령 최초로 직접 출석... 영향은 제한적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심리에 직접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현직 대통령이 연방대법원 변론에 출석한 사실상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그러나 심리 과정에서 그의 존재가 판사들의 판단이나 변론 진행에 영향을 미친 정황은 없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측 발표 이후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vs 헌법' 충돌... 현대적 문제도 변수

재판 과정에서는 '출산 관광(birth tourism)'과 같은 현대적 문제도 언급됐다. 새뮤얼 얼리토(Samuel Alito) 대법관은 현실 변화에 맞춘 유연한 헌법 해석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로버츠 대법원장과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은 정책적 고려보다 헌법 원칙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판결 '우회 가능성'도 거론... 6월 결론 전망

일부 대법관들은 헌법 판단을 피하고, 의회가 제정한 연방법과의 충돌 여부만으로 사건을 해결할 가능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헌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는 '우회 판결' 시나리오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은 오는 6월 말 이전에 내려질 전망이며, 결과에 따라 미국의 이민 정책과 헌법 해석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