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5 09:48 PM
By 전재희
호르무즈 봉쇄 여파...글로벌 공급 10% 부족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석유 공급 충격이 아시아 전역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향후 유럽과 아프리카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5일 WSJ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로 글로벌 석유 공급이 전쟁 이전 대비 약 10% 부족한 상태에 놓였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지역은 아시아다.
일부 공장은 에너지 절약 위해 생산 축소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유소에 따라 부분 주유 제한 시행하기도 하며, 일부 지역은 특정 연료 품절 발생하기도 했다.
아시아는 중동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전쟁 초기 선적 물량이 먼저 도착하면서 공급 부족이 빠르게 현실화됐다. 동시에 많은 국가들이 충분한 에너지 비축량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인도 정부는 철강·자동차·섬유·플라스틱 공장에 공급되는 LPG를 전쟁 이전 대비 70% 수준으로 제한했다. 방글라데시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요소 비료 공장 대부분을 가동 중단했으며, 이는 향후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하루 연료 구매량을 차량당 50리터로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아시아 지역 유가는 약 53% 상승했지만, 각국 정부의 보조금 및 세금 인하 정책으로 소비자 가격 상승은 약 16%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격 통제가 오히려 수요를 유지시켜 공급 부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키스탄은 이미 휘발유 가격을 전쟁 이전 대비 46%, 디젤 가격은 약 90% 인상했다.
현재까지 유럽은 전쟁 이전에 출발한 물량 덕분에 즉각적인 공급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상황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약 15% 상승, 디젤 가격은 약 30% 상승, 천연가스 가격은 50% 이상 상승했다.
또한 일부 유조선이 더 높은 가격을 찾아 아시아로 방향을 바꾸면서 유럽 공급은 추가 압박을 받고 있다.
유럽은 약 4억5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지만, 재고가 줄어들면서 수요 억제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 단 요르겐센(Dan Jørgensen)은 "디젤과 항공유를 포함해 석유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슬로베니아는 사재기와 '연료 관광' 현상으로 일부 주유소 재고가 바닥나면서 구매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외국 차량에 더 높은 연료 가격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공급 부족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가격 상승 압력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JP모건(JPMorgan)은 5월경 미국 서부,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해당 지역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공급 경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는 "이번 전쟁으로 인한 경제 충격은 앞으로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는 현재 휘발유 39일, 디젤 29일, 항공유 30일 분량의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 산업 생산 차질, 물가 상승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원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운송로라는 점에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