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9 07:29 AM

이란, 휴전 속 호르무즈 통제 강화...선박 제한·통행료 부과

By 전재희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체결된 이후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사실상 해상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이란은 중재국들에 하루 통과 선박 수를 약 10여 척 수준으로 제한하고, 통행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는 전쟁 이전 하루 100척 이상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또한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해야 하며, 허가 없이 통과할 경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암호화폐·위안화 결제"...새로운 통제 구조 형성

이란은 통행료를 암호화폐 또는 중국 위안화로 지급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선박 규모에 따라 최대 200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 자료화면)

특히 이란은 자국과 우호 관계에 있는 국가 선박에는 통행을 허용하는 반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 선박은 차단하는 차등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해협 통제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해협 통제, 미사일만큼 중요"...전략 자산 부상

이스라엘 군 정보 출신 분석가 대니 시트리노비츠(Danny Citrinowicz)는 "이란에게 호르무즈 해협 통제는 미사일이나 핵 프로그램만큼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란은 전쟁 기간 동안 무단 통과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으며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확보했고, 휴전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법 논란..."자연 해협 통행료 부과 불가"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국제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자연 해협으로, 국제 해양법상 통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구역이다. 이에 따라 이집트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처럼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걸프 지역 산유국들도 이란의 통행료 부과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 "불법·위험"...동맹국 대응 촉구

미국 정부도 이란의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은 통행료 부과를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특히 해협에 의존하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전에도 불확실성 지속...에너지 시장 영향

현재 일부 선박만 제한적으로 통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상 운송 정상화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해협 통제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는 한 글로벌 원유 공급과 물가 상승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공중전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점했지만, 해상 통제에서는 이란이 영향력을 확보하는 '비대칭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