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0 06:46 AM
By 전재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3월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확대됐다. 특히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했다. 이는 2월(2.4%)보다 크게 오른 수치로,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2.6% 상승해 시장 예상치(2.7%)를 소폭 밑돌았다. 그러나 전체 물가 상승세는 여전히 강한 흐름을 보였다.
이번 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은 에너지 가격이었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12.5% 급등하며 2월(0.5%) 대비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18.9% 뛰었고, 난방유는 44.2% 폭등했다.
연료비 상승은 운송 서비스 비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운송 서비스 가격은 3월 기준 전년 대비 4.1% 상승하며 전달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번 지표는 이란 전쟁 이후 미국 물가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첫 주요 데이터로 평가된다.
중동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로 해상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원유와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가격이 즉각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는 빠르게 대응하지만, 인하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세부 항목별로는 항공료가 전년 대비 14.9% 급등했고, 의류 가격도 3.4% 상승하며 2월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반면 중고차 가격은 3.2% 하락했고,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둔화됐다. 주거비 상승률은 3.0%로 변동이 없었다.
물가 상승은 가계 구매력에도 타격을 줬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주간 임금은 3월 기준 전월 대비 0.9% 감소했으며, 전년 대비로도 0.2% 증가에 그쳤다.
경제학자들은 전쟁 영향이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린지 피에그자(Lindsey Piegza) 는 "본격적인 물가 상승 영향은 향후 1~2개월 뒤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원유 가격 상승은 화장품부터 골프공까지 다양한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운송비 상승은 식료품과 의류 가격 전반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 조사에서도 기업들이 원자재 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가격지수는 70.7로 상승해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높은 물가와 둔화되는 고용 시장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의 정책 판단도 어려워지고 있다.
연준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은 최근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점이 매우 답답하다"며 "뚜렷한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