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0 07:16 AM
By 전재희
미국 보험업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특히 연금(annuity) 상품을 운용하는 보험사들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과거보다 더 위험해졌다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사 A.M. Best 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연금 준비금 포트폴리오는 2007년보다 더 위험한 부채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A.M. Best의 에릭 밀러(Erik Miller) 디렉터는 "현재 상황은 과거보다 훨씬 나쁘다"며 "보험금 지급 불능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또한 2024년 기준 연금 포트폴리오는 2007년에 비해 완충 자본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험사들은 지난 10여 년간 높은 수익을 추구하며 사모대출(private credit)에 대규모로 투자해 왔다.
특히 Apollo Global Management, KKR 등 사모자산 운용사들이 보험사를 인수한 뒤, 대규모 사모대출을 보험사 재무제표에 편입시키는 구조가 확산됐다.
이러한 구조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기초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연금 상품 판매는 지난 10년간 두 배로 증가했으며, 현재 약 10%의 고령 미국인이 관련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개인 연금 상품을 뒷받침하는 자산 규모는 약 1조6000억 달러에 달하며, 생명보험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보험사가 파산할 경우, 각 주(州)의 보증기금이 일부 보험금을 대신 지급하지만 지급 한도가 있어 계약자가 약속된 금액을 전부 받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보험업계는 리스크 확대 우려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미보험감독관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Insurance Commissioners) 는 "보험사들이 위험 수준에 맞는 자본을 유지하도록 감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S&P Global Ratings 역시 "사모대출이 유동성과 복잡성 측면에서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적절히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재무부는 최근 사모대출 시장과 관련해 "신규 위험 요소(emerging risks)"와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의 리스크 문제는 2008년보다 더 이전, 1980~90년대 정크본드 붕괴 당시에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바 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형 생명보험사 2곳이 연이어 파산하며 규제당국이 개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보험사 포트폴리오가 당시보다는 안정적이지만, 2008년 금융위기 직전보다는 더 취약한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보험업계가 지난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견뎌냈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다음 위기에서 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저금리 환경 이후 고수익 자산으로 이동한 투자 전략이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금융시장 불안 시 보험업계의 취약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