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3 06:54 AM
By 전재희
헝가리 총선에서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총리가 이끄는 집권 세력이 참패하며, 16년간 이어진 장기 집권 체제가 막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현지시간 12일 실시된 총선 개표 결과, 페테르 머저르(Péter Magyar)가 이끄는 야권 티사(Tisza)당은 53.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오르반 총리의 피데스(Fidesz)당(37.8%)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약 37년 헝가리 선거 역사상 가장 큰 격차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결과로 오르반 총리는 사실상 정권을 야권에 넘기게 됐다.
오르반 총리는 패배를 인정하며 "앞으로는 야당으로서 조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머저르는 수천 명의 지지자 앞에서 "우리가 오르반 체제를 교체했고, 헝가리를 되찾았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번 승리를 1848년 독립전쟁과 1956년 반소(反蘇) 혁명에 비유하며 "국가를 분열시키는 정치 세력은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럽연합(EU)과의 관계 회복을 주요 목표로 제시하며, 헝가리가 다시 유럽의 핵심 동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 결과는 장기간 누적된 경제 불만과 정치 스캔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헝가리는 최근 몇 년간 높은 인플레이션, 실질 임금 감소, 의료 투자 부족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됐으며, 일부 지표에서는 EU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집권당 인사들의 부패 의혹이 이어지면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됐다.
오르반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등 EU 내부에서 이탈적 행보를 보여왔다.
또한 EU는 헝가리의 민주주의 후퇴를 이유로 약 170억 유로 규모의 지원금을 보류한 상태였다.
선거 직전에는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시사하는 녹취록까지 유출되며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오르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로 '글로벌 우파 포퓰리즘'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돼 왔다.
정치 분석가 이언 브레머(Ian Bremmer)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러시아 영향력뿐 아니라 트럼프 진영에 대한 거부 의사도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티사당이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사법부 개편과 예산 구조 개혁 등 대대적인 정치 개혁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머저르는 "국가 자산을 빼돌린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시사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헝가리의 외교 노선과 정치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