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2 07:19 AM

헝가리 거부권 해제...EU, 우크라이나에 1000억 달러 규모 지원 본격화

By 전재희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1000억 달러(약 90억 유로) 규모의 대규모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절차에 돌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그간 지원을 가로막았던 헝가리의 거부권이 해제되면서, 전쟁 장기화 속 재정 압박에 시달리던 키이우에 '생명선'이 다시 연결됐다는 평가다.

오르반 패배 이후 정책 급반전

이번 지원안은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반대 입장을 철회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총리는 지난해 12월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이후 러시아산 원유를 수송하는 드루즈바(Druzhba) 송유관 복구 지연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선거에서 패배한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 자료화면)

그러나 최근 헝가리 총선에서 오르반이 패배하면서 정치적 환경이 급변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페테르 마저르(Péter Magyar)의 등장과 함께 EU 내부에서는 지원안 통과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고, 결국 이번 주 거부권이 해제되며 합의가 성사됐다.

송유관 복구가 돌파구

갈등의 핵심이었던 드루즈바 송유관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러시아 원유를 공급하는 주요 에너지 인프라다. 우크라이나 측은 최근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원유 흐름도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드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는 "자금 지원이 사실상 시작됐다"며 이번 결정이 전쟁 상황에서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미국 공백 메운 유럽 자금

이번 EU 지원은 단순한 금융 패키지를 넘어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하면서, 유럽 자금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EU가 제공하는 2년간 900억 유로 규모 대출은 우크라이나의 재정 수요의 약 3분의 2를 충당할 전망이다. 나머지는 서방 국가 및 국제기구가 분담하게 된다.

이 자금은 무기 구매, 공공부문 급여 지급, 전력·의료 등 기본 서비스 유지에 사용될 예정이다.

유럽 내부 반발 변수

다만 모든 유럽 국가가 이번 지원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 내 극우 및 극좌 정치 세력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가리의 거부권이 사라지면서 자금 집행 자체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U 외교 당국자들은 "정치적 장애물이 제거된 만큼, 실제 자금 지급은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 장기화 속 '재정 전선' 강화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군사뿐 아니라 재정 측면에서도 치열한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EU 지원은 전장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의 지원 공백을 유럽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을지가 향후 전쟁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