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9 10:28 AM
By 전재희
미국 미국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유권자 보호를 위한 선거구 설정 기준을 대폭 제한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선거 지형과 의회 구성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29일(수) 대법원은 6대 3으로 갈린 판결에서, 주 정부가 소수인종 유권자의 대표성 강화를 위해 인종을 고려해 선거구를 설정하는 관행을 크게 제한했다. 이번 판결은 1965년 제정된 투표권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정부 의사결정에서 인종이 고려되는 것은 헌법적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선거구 설정에서 인종 요소를 사용하는 데 강한 제약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루이지애나의 연방 하원 선거구 재조정과 관련된 것이다. 해당 주는 전체 6개 선거구 중 2곳을 흑인 다수 선거구로 설정했으나, 일부 유권자들이 이를 '인종에 기반한 게리맨더링'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투표권법 제2조가 "의도적인 인종 차별"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하며, 단순히 소수인종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되는 결과만으로는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소수 의견을 낸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이번 판결이 "투표권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케이건 대법관은 "주 정부가 소수인종 유권자 집단을 여러 선거구로 분산시켜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를 법적 제재 없이 할 수 있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소수 유권자의 표는 덜 중요한 것으로 취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공화당이 장악한 일부 주에서는 선거구 재조정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플로리다, 미시시피 등에서는 기존의 '소수인종 다수 선거구'를 해체하고 공화당에 유리한 구조로 재편하려는 시도가 예상된다.
다만 이미 일부 주에서는 예비선거 일정이 진행 중이어서, 2026년 중간선거에 즉각적인 영향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장기적으로 의회의 인종적 다양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다수의 흑인·히스패닉 의원들이 소수인종 다수 선거구에서 선출되고 있는 만큼, 해당 구조가 약화될 경우 정치 대표성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판결은 2013년 사전 승인(preclearance) 제도를 무효화한 결정과 2021년 투표권법 적용을 제한한 판례에 이어, 보수 성향 대법원이 투표권법을 지속적으로 축소해온 흐름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선거 전략과 의석 분포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법적·정치적 대응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