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3 05:34 PM
By 전재희
미국 연방 하원의 경쟁 선거구 수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최근 연방대법원 판결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선거구 획정(게리맨더링)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쟁이 치열한 하원 선거구는 전체 435석 중 단 3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소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치 분석기관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Cook Political Report) 등 주요 기관 평가에 따르면, 전체 하원 의석의 85% 이상이 '확실한 공화당' 또는 '확실한 민주당' 지역으로 분류되며, 선거 결과가 사실상 이미 결정된 상태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실제로 하원 다수당의 향방은 전체 유권자의 10% 미만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법원은 소수 인종 유권자가 다수인 선거구를 보호하던 연방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의 일부 조항을 약화시키며, 주 의회가 선거구를 재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이 장악한 주를 중심으로 흑인 및 히스패닉 유권자가 많은 민주당 우세 지역을 겨냥한 선거구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구 획정 전문가인 로욜라 로스쿨의 저스틴 레빗 교수는 현재 상황을 "게리맨더링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과거에는 일종의 '냉전'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열전'으로 바뀌었다"며 정치적 선거구 조작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 선거구 감소는 의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쿡 리포트의 매슈 클라인 분석가는 "후보들이 중도층이 아닌 핵심 지지층만을 겨냥하게 되면서 정치적 극단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초당적 지지로 주요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그런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게리맨더링 외에도 유권자들의 지역별 정치 성향 분화와 데이터 기술 발전 역시 경쟁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당들은 유권자의 정치 성향을 세밀하게 분석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