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0 08:07 PM

트럼프, 이란의 미국 합의안에 대한 역제안 "전적으로 수용 불가"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평화 제안에 대한 이란의 답변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하면서, 10주째 이어지고 있는 미·이란 충돌의 장기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은 전쟁 피해 보상, 제재 해제, 해상 봉쇄 종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 인정 등을 요구했지만, 워싱턴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란, 봉쇄 해제·보상·제재 해제 요구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 측 제안에 대한 답변에서 전면적인 적대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레바논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Hezbollah) 간 충돌을 포함해, 지역 전선 전반에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란 국영 TV와 반관영 타스님(Tasnim) 통신에 따르면, 테헤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 종료, 추가 공격 금지 보장, 대이란 제재 해제, 이란산 원유 판매 금지 해제, 전쟁 피해 보상 등을 요구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짧게 반응했다.

트럼프 영상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미국은 먼저 교전을 중단한 뒤, 이란 핵 프로그램 등 더 민감한 쟁점을 협상하자는 구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 마비...세계 원유 공급 불안 재점화

협상 교착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월요일 유가는 배럴당 3달러 이상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4달러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8달러대까지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던 핵심 해상 통로였다. 그러나 미·이란 충돌 이후 선박 운항이 크게 제한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압박 지점으로 부상했다. 해협 폐쇄 또는 부분 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내 휘발유 가격과 글로벌 물류비 상승 압력도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내 정치 부담도 확대

이번 전쟁은 미국 국내 정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와 휘발유 가격 상승은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둔 미국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인 생활비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전쟁이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낮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제적 지원도 제한적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열기 위한 국제 해상 작전에 동맹국 참여를 기대하고 있지만, NATO 동맹국들은 완전한 평화 합의나 국제적 위임이 없는 상황에서 선박 파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중국 방문 앞두고 시진핑과 이란 문제 논의 예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며,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이란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협상 타결을 압박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투가 끝났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들은 패배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열어두면서도 군사적 압박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네타냐후 "전쟁 끝나지 않았다"...이란 핵·미사일 문제 압박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란 내 농축 우라늄 제거, 농축 시설 해체, 이란의 대리세력과 탄도미사일 능력 문제 해결을 위해 "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외교를 통한 농축 우라늄 제거가 최선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는 이스라엘이 미국과 함께 이란 핵 프로그램을 협상의 핵심 의제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걸프 지역 드론 위협도 확산

최근 며칠 사이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지역 주변에서는 휴전 이후 가장 큰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에서 날아온 드론 2대를 요격했다고 밝혔고, 카타르는 아부다비에서 출발한 화물선이 자국 해역에서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쿠웨이트도 자국 영공에 진입한 적대적 드론에 방공망이 대응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남부에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미국 중재로 휴전이 발표됐지만, 현장에서는 산발적 교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협상 결렬로 장기전 우려 확대

이번 사태의 핵심은 미국이 '선 휴전, 후 핵 협상' 방식을 원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봉쇄 해제와 제재 완화, 전쟁 피해 보상,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동시에 다루려 한다는 점이다. 양측의 출발점이 크게 다른 만큼, 단기간 내 협상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각적인 거부로 외교적 공간은 다시 좁아졌고,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 걸프 지역 드론 위협, 레바논 전선의 불안까지 맞물리면서 미·이란 충돌은 단순한 양자 갈등을 넘어 중동 전체와 세계 경제를 흔드는 장기 위기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