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2 11:33 PM
By 전재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뜨겁게 나오면서 월가의 인플레이션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장기 물가 전망까지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일반 미국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를 사고팔며 향후 인플레이션을 반영한다. 두 채권의 수익률 차이인 '브레이크이븐 레이트'는 시장이 예상하는 평균 인플레이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WSJ에 따르면 최근 5년물 브레이크이븐 레이트는 약 2.7%까지 올라 2022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브레이크이븐 레이트도 이달 2.5%를 기록해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화요일 발표된 CPI는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기술주는 하락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0.7% 떨어졌다.
특히 최근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와 메모리 관련주가 큰 폭으로 밀렸다. 인텔(Intel)은 6.8%, 샌디스크(Sandisk)는 6.2%, 마이크론(Micron)은 3.6% 하락했다.
임의소비재 관련 종목도 약세를 보이면서 S&P500지수는 0.2% 내렸다.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 초반 손실을 만회하고 0.1%, 약 56포인트 상승 마감했다.
미 국채 수익률도 상승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462%로 마감해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종가를 기록했다.
이번 인플레이션 우려의 핵심 배경은 유가 급등이다. 미국 원유 가격은 화요일에도 4.2% 올라 배럴당 약 102달러에 거래됐으며, 올해 들어 약 78% 급등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기대와 유가가 완전히 같은 흐름을 보인 것은 아니다. 미국 원유 선물은 4월 초 이미 고점을 찍었지만, 브레이크이븐 레이트가 수년 만의 최고치에 오른 것은 이달 들어서였다.
이는 시장이 단순히 현재 유가 수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유가 흐름과 그것이 상품 가격 전반에 미칠 영향을 함께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하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은 더 어려워진다. 그동안 주식 등 위험자산은 물가가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강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연준은 오히려 금리 인하를 미루거나, 경우에 따라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주식시장에는 더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
크레디트사이츠(CreditSights)의 잭 그리피스 투자등급·매크로 전략 책임자는 "결국 주식시장이 인플레이션 브레이크이븐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금 더 주목하게 되더라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 불안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Kevin Warsh)가 중앙은행 수장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왔다.
워시는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동시에 기존에 연준이 주로 주목하는 물가지표보다 2% 목표에 더 가까운 지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다소 완화적인 성향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브레이크이븐 레이트가 아직 연준 당국자들을 크게 긴장시킬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TD증권의 얀 네브루지 미국 금리 전략가는 10년물 브레이크이븐 레이트가 2.6%에 도달하면 조금 더 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상승 원인이 에너지 가격이라면 연준이 지나치게 걱정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직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 가격으로 광범위하게 전이되고 있다는 증거는 많지 않다고 봤다. 화요일 CPI에서도 항공요금 등 일부 품목의 상승폭은 예상보다 작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체 인플레이션 수치는 높았지만, 보고서 안에는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