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3 12:03 PM
By 전재희
한때 오픈AI(OpenAI)가 사실상 승기를 잡은 것으로 여겨졌던 인공지능(AI) 경쟁 구도에서 앤스로픽(Anthropic)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기업 고객과 코딩 도구 시장에 집중한 전략이 성과를 내면서, 앤스로픽은 성장률과 투자 유치 평가액 측면에서 오픈AI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최근 몇 달 사이 9,000억 달러를 넘는 기업가치로 투자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재 평가액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며, 현실화될 경우 오픈AI의 평가액을 처음으로 넘어설 수 있다. 오픈AI는 올해 초 8,52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1,220억 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앤스로픽의 매출 성장세도 눈에 띈다. 투자자들에게 공유된 자료에 따르면 앤스로픽의 연간 환산 매출(run-rate)은 다음 달 말까지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에는 3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5년 말에는 90억 달러 수준이었다.
당초 회사는 올해 10배 성장을 목표로 했지만, 1분기에는 연간 환산 매출과 사용량 기준으로 80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픈AI는 지난 3월 월 매출이 20억 달러, 연간 환산 기준 240억 달러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회사의 매출 산정 방식은 완전히 같지 않다.
앤스로픽은 클라우드 파트너를 통한 판매도 매출에 포함하는 반면, 오픈AI는 이를 포함하지 않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금융 스타트업 램프(Ramp)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앤스로픽의 부상이 확인됐다. 램프가 약 5만 개 고객사의 지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처음으로 앤스로픽 모델을 사용하는 고객 비율이 오픈AI를 앞섰다.
자료에 따르면 앤스로픽 사용률은 34.4%로 오픈AI의 32.3%를 넘어섰다. 3월에서 4월 사이 앤스로픽의 클로드(Claude) 도구 채택률은 3.8% 상승한 반면, 오픈AI 사용률은 2.9% 하락했다.
램프 이코노믹스 랩의 아라 카라지안(Ara Kharazia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시장에서는 거대 지배 기업도 몇 달 만에 밀려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봐왔다"며 "앤스로픽이 바로 그것을 해냈다"고 말했다.
다만 오픈AI 측은 이 같은 자료가 기업 고객 전체를 보여주기에는 불완전하다고 반박했다. 대기업 고객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신용카드로 결제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램프 자료만으로 시장 전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앤스로픽의 급성장은 특히 코딩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2025년 말 클로드 오퍼스 4.5(Claude Opus 4.5) 출시를 전후해 성장세가 가팔라졌고, 이 모델의 코딩 능력이 클로드 코드(Claude Code) 사용 증가를 이끌었다.
클로드 코드는 앤스로픽의 최상위 AI 모델과 함께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다.
연말 연휴 기간 개발자들과 AI 이용자들은 이 도구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며 "클로드에 빠졌다"는 표현까지 썼다. 이후 1월에는 비기술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도구인 코워크(Cowork)가 출시되면서 성장세가 더욱 확대됐다.
앤스로픽은 2021년 오픈AI 출신 인력들이 설립한 회사다. 공동창업자인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와 다니엘라 아모데이(Daniela Amodei) 남매 역시 오픈AI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초기 앤스로픽은 상업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효과적 이타주의 운동과 관련된 부유한 후원자들로부터 초기 자금을 받았다.
2022년 여름에는 직원들의 우려로 클로드 챗봇 초기 버전 공개를 보류하기도 했다. 위험한 기술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내부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앤스로픽은 암호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와의 연관성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부담스러운 회사로 여겨졌다.
반면 오픈AI는 2022년 말 챗GPT(ChatGPT)를 공개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고, 업계의 유력한 승자로 부상했다. 앤스로픽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자원 속에서 기업용 AI 도구 개발에 집중해야 했다.
앤스로픽 투자자인 아이코닉(Iconiq)의 디베시 마칸(Divesh Makan)은 과거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수십억 달러가 몰려드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앤스로픽은 항상 더 적은 자원으로 어떻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비자 시장에서는 오픈AI가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2월 챗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가 9억 명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주간 다운로드 수에서도 챗GPT는 대체로 클로드를 크게 앞서고 있다.
다만 3월 초에는 클로드가 잠시 챗GPT를 앞선 적도 있었다. 웹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3월 2일 클로드는 처음으로 미국 주간 다운로드 수에서 챗GPT를 넘어섰다.
같은 시기 챗GPT의 미국 내 앱 삭제 건수는 295% 급증했는데, 센서타워는 이를 오픈AI의 국방부 거래에 대한 반발과 연결 지었다.
AI 경쟁의 승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앤스로픽과 오픈AI 모두 구글(Google)이라는 거대 경쟁자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특히 앤스로픽은 컴퓨팅 자원 부족으로 서비스 장애를 겪고 일부 사용자 이용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동시에 오픈AI의 코덱스(Codex)가 빠르게 인기를 얻으면서, 앤스로픽의 핵심 성장 분야인 코딩 AI 시장에서도 압박이 커지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앤스로픽은 기업용 AI와 코딩 도구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며 AI 경쟁의 구도를 바꾸고 있다. 한때 오픈AI가 독주하는 것처럼 보였던 시장에서, 앤스로픽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선두권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