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07:01 AM

미국 전역 번지는 '반(反) AI' 정서... 데이터센터·일자리 불안에 정치 쟁점화

By 전재희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미국 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반감과 불안도 동시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시위부터 AI 기업을 겨냥한 위협 사건까지 이어지며, AI가 이제 단순한 기술 이슈를 넘어 미국 정치와 지역사회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졸업식에서 전 구글 CEO인 Eric Schmidt가 AI 혁명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던 중 학생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사건은 현재 미국 내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슈밋은 AI가 "과거 어떤 기술 혁신보다 더 크고 빠르며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장에서는 환호보다 반발이 더 컸다.

여론조사에서도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요금이 상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AI가 대규모 일자리 감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AI가 교육 환경과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AI
(인공지능. 자료화면)

실제 미국 곳곳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미주리주 페스터스(Festus)에서는 60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를 승인했던 시의원 4명이 선거에서 낙선했고, 메인·애리조나 등 여러 지역사회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금지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AI 및 데이터센터 반대 성향의 페이스북 그룹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약 4배 증가한 36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정치권도 이러한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Josh Hawley 상원의원은 데이터센터와 AI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도 지역사회 기반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테네시주에서는 민주당 정치인 Justin Pearson이 Elon Musk의 AI 기업 xAI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운동을 정치 캠페인의 핵심 의제로 활용하고 있다.

AI 산업에 대한 반감은 단순한 시위를 넘어 과격한 사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텍사스의 한 20세 남성은 Sam Altman의 자택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기소됐으며,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데이터센터 승인을 지지했던 시의원의 집에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NO DATA CENTERS(데이터센터 반대)"라는 메시지가 발견됐다.

AI 산업 측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OpenAI, Anthropic 등 주요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데이터센터 확장에 투자하고 있지만, 지역 반대 운동으로 인해 프로젝트 취소 및 지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사회 반대로 중단 또는 지연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규모는 약 1,560억 달러에 달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20건이 취소됐다.

특히 미국 내 AI 산업은 전력 소비 문제로도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텍사스 농업위원회는 최근 전력망 부담과 농업 비용 상승 우려를 이유로 초대형 데이터센터 개발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OpenAI 글로벌 정책 책임자인 Chris Lehane는 업계 내부에서도 위기감을 인정했다. 그는 AI에 대한 공포 조장이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고 주장하면서도, 업계가 AI의 사회적 이익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업계 내부에서는 AI 반대 여론을 "동굴인(cave people)"의 반개발 정서로 표현하는 발언까지 나왔지만, 일부 경영진들은 오히려 산업계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디애나폴리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CEO인 Ernest Popescu는 "우리가 말하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가 있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