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07:46 AM

시진핑, 푸틴 초청해 '안정적 중국' 부각... 트럼프 방중 직후 미·중·러 외교전 본격화

By 전재희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방중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면서, 미·중·러 3각 외교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안정 메시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을 재확인하며, 글로벌 불확실성 속 '안정적 강대국'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모습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5월 19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그의 25번째 방중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양국 간 "전천후(all-weather) 전략 파트너십"의 상징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중국 방문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의 방중은 미·중 간 긴장 완화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대규모 상업 합의나 구조적 돌파구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중국은 곧바로 푸틴을 초청하며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독자적 외교 축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이안 스토리(Ian Storey) 선임연구원은 "이번 시진핑-푸틴 정상회담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양국 외교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세계에 보여주는 메시지"라며 "미국이 양국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최근 자신을 글로벌 안정의 중심축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사태, 글로벌 에너지 위기 등 국제 정세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보다 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미·중 관계를 "전략적 경쟁"이 아닌 "전략적 안정(strategic stability)"의 관계라고 표현하며, 조 바이든(Joe Biden) 전 행정부 시절의 대중 견제 프레임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지원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사실상 러시아의 전략적 후원자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토리 연구원은 "중국은 러시아 패배가 푸틴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베이징은 앞으로도 유엔 외교 지원, 경제 지원, 군사용 이중용도 기술 제공 등을 통해 러시아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에너지 협력도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가 추진 중인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 가스관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해 해당 사업 추진에 합의했지만, 가격 협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러시아산 가스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 의존도를 높이기보다는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병행 협상을 유지하는 '공급 다변화 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기도 하다.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독립 정유업체들은 위안화 결제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하고 있으며, 중국 국영 정유사들도 최근 일부 수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 역시 방중 직전 "석유·가스 분야 협력에서 매우 중대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높은 수준의 공감대에 도달했다"고 밝혀, 이번 정상회담에서 추가 에너지 협력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