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0 07:45 AM

푸틴·시진핑, 트럼프 '골든 돔' 비판, 에너지 구상엔 이견

By 전재희

블라드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상인 '골든 돔(Golden Dome)'을 정면 비판하며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

양국은 미국의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망 확대가 글로벌 전략 균형을 흔들고 있으며, 국제 질서를 "정글의 법칙(law of the jungle)"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및 티타임 회동을 진행했다. 이번 방문은 시진핑이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을 중국에서 접견한 직후 이뤄진 것으로, 미·중·러 삼각 구도의 긴장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푸틴 시진핑 정상
(중러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푸틴대통령 환영 . AFP)

양국은 회담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골든 돔' 계획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공동성명은 미국이 추진 중인 지상·우주 기반 통합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세계 전략적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했으며, 미·러 핵무기 통제 조약 종료 문제와 관련해서도 워싱턴의 "무책임한 핵 군축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양국은 미국이 우주 공간까지 군사화하려 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의 군사·안보 전략에 대한 중러 공동 대응 성격이 강하게 부각됐지만, 정작 러시아가 절실히 원했던 대형 에너지 협상에서는 뚜렷한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쟁점은 러시아의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 가스관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러시아 북극 야말(Yamal) 가스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연결되는 총연장 약 2,600km 규모의 초대형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다. 완공 시 연간 500억㎥ 규모의 가스를 중국에 공급하게 되며, 기존 '시베리아의 힘 1'과 합치면 러시아의 대중 가스 수출은 사실상 두 배 이상 확대된다.

이 사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시장 대부분을 상실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날 "에너지 및 자원 연결 협력이 중러 관계의 '밸러스트 스톤(ballast stone)'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정작 '시베리아의 힘 2' 프로젝트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러시아 측은 양국이 프로젝트 "주요 조건들에 대한 일반적 이해(general understanding)"에 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 일정이나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격 협상이 여전히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중국은 러시아가 유럽 시장을 잃고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을 활용해 더 유리한 가격 조건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는 서방 제재 이후 중국 시장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가장 중요한 지점이 "중국이 러시아보다 훨씬 강한 협상 위치에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패트리샤 김(Patricia Kim)은 "푸틴과 트럼프 모두 자신들이 시작한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시진핑은 중국 내부 안정 강화와 글로벌 강대국 이미지 구축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토니 블레어 연구소의 대니얼 슬레이트(Daniel Sleat)는 "양측의 '일반적 이해'라는 표현은 실질 합의보다는 정치적 연출에 가깝다"며 "가격·금융·계약 조건 핵심 이견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중국보다 훨씬 더 절박한 상황"이라며 "중국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장기적으로 크게 높이는 데 여전히 신중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 견제를 위한 중러 전략 공조는 재확인했지만, 경제·에너지 분야에서는 중국이 훨씬 우위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러시아를 관리하고 있다는 현실도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