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6 07:02 AM
By 전재희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열풍과 대형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주식의 위험 대비 보상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식과 국채의 기대수익률 차이를 의미하는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Equity Risk Premium)'이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향후 증시 수익률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S&P500의 예상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간 차이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 지표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을 보유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 대비 얼마나 추가 보상을 받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국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위험을 감수할 유인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 급락과 국채금리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 및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로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 약 60% 급등했고,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당초 2026년 중 금리 인하가 확실시된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최근 들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말 3.96% 수준에서 최근 4.57%까지 상승했다. 반면 증시는 AI 관련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더욱 커졌다. S&P500의 이익수익률은 주가 급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머서 어드바이저스(Mercer Advisors)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돈 칼카그니(Don Calcagni)는 "현재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가 존재한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주식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특히 월가 일각에서는 현재 증시가 AI 혁명이 가져올 미래 수익성 개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생산성 향상과 폭발적 이익 증가 전망이 실제로 실현되지 못할 경우 현재의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낙관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AI 산업의 성장 초기 단계가 이제 막 시작됐으며, 기술 상용화가 본격화될 경우 기업 실적이 추가적으로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뉴버거 버먼(Neuberger)의 멀티에셋 공동 CIO 제프 블라젝(Jeff Blazek)은 "주식이 싸다고 보긴 어렵지만 극단적으로 비싼 수준도 아니다"라며 "채권도 좋지만 주식 역시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가 향후 증시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LPL파이낸셜(LPL Financial)의 수석 전략가 제프 부크빈더(Jeff Buchbinder)는 최근 국제유가를 두고 "진실의 차트(chart of truth)"라고 표현하며, "유가가 여름 후반까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면 시장 공식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현재 증시 강세를 유지하려면 결국 두 가지가 필요하다"며 "금리 인하와 기업 이익 증가가 동시에 나와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지금 증시는 매우 비싸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